예대마진 위주 이익구조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요구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김희태 신용정보협회장 등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 그랑서울에서 열린 제12차 핀테크 지원센터 데모데이에서 핀테크 통합포털 오픈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사진 = 뉴스1

 

금융권이 핀테크 사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올리는 전통적인 구조로는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헤쳐 나가기 힘든 탓이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와 다른 핀테크 업체 간 제휴와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통해 핀테크 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대마진을 축으로 한 은행의 성장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명목순이자마진(NIM)은 1.55%를 기록했다. 2012년 12월 2.1%를 찍은 뒤 줄곧 하향세다. 수익창출능력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은행들은 비이자 수익 구조 다양화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대출 확대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그러나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설정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해 대출을 쉽게 늘리기 힘들다. 실제로 9월말 기준 국내 16개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목표치인 37조3000억원을 초과한 49조3000억원이다.

늘어난 경쟁자들도 은행 수익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P2P대출액은 10월 기준으로 40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93억원이었던 대출액은 10배 이상 성장했다. 은행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아도 대출과 투자 활동이 가능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단계 핀테크 발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핀테크 지원 규모를 3년간 3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도 핀테크 바람에 동참했다. 신한은행은 핀테크 기업 스트리미와 함께 이르면 12월부터 한국-중국간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권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비트코인 거래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스트리미, 영국 현지 핀테크 기업, 연구소와 5자 업무협약을 맺었다. 해당 단체들과 협업 및 연구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로 은행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비대면 서비스가 크게 늘어났다”며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면 핀테크 사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은 7일 전문 멘토단과 투자협의체를 구성해 핀테크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핀테크 기업과 벤처케피털·엔젤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 블록체인 업체 R3가 중심이 된 R3CEV 컨소시엄에도 가입해 블록체인 관련 공동연구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카드사들도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한카드는 7일 홈플러스와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양사는 회원 관리 노하우와 멤버십 운영 경험을 결합해 맞춤 회원 관리 프로그램을 계발할 계획이다.

하나카드는 7일 부동산 O2O 플랫폼‘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과 손잡고 월세 카드납부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다방페이로 불리는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카드로 월세를 정기 납부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이뤄지는 월세결제시스템이다.

금융권에서 핀테크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우려는 아직 남아있다. 이영환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핀테크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자세가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P2P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핀테크 사업 활성화를 막고 있다”며 “정부가 핀테크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으면 전향적인 자세로 규제완화를 검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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