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수법안 지정 신청법안 66개중 74%는 야당 제출…"의장이 악역하지 않게 해달라" 호소
정세균 국회의장이 8일 각 상임위에 기한내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합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의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관련 유관 상임위원회 간담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서 제가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하게 되는 건 굉장히 불행한 일이다. 의장이 악역을 하지 않도록 도와달라”이라며“예산부수법안을 의장이 지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상임위에서 처리해주시기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국회의장으로서의 부담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이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하는 것이 월권은 아니지만 상임위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법안이 예산부수법안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여당의 반발을 살 수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세법안이 12월2일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정 의장이 지정한 예산부수법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예산부수법률안과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의 예외로 재적의원 과반수를 넘기면 통과시킬 수 있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야당이 뜻을 모으면 가결된다.
◇야, “공평과세, 조세형평성 원칙 실현하겠다”
8일까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예산부수법안 지정신청된 법안은 모두 66개다. 여기에는 야당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이 49개로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야3당이 발의한 법안의 키워드는 공평과세와 조세형평성이다.
야3당은 법인세법 개정안 9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9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8개 등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감세혜택을 줄이고 증세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법인세법 일부개정안 10개 중 정부안을 제외하면 모두 법인세율을 현재보다 올리자는 내용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은 10개중 7개가 감세대상을 축소하고 최저한세율을 올리는 등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증세하는 내용이다. 소득세법도 정부안을 제외하고 모두 주식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과세구간을 신설하는 등 소득이 높은 쪽에 증세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예산부수법안은 동일 제명의 법안을 복수로 상정할 수 없다. 예컨대 발의된 법인세 개정안은 세율과 과세표준 구간이 각각 다르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국회의장은 기재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이중 하나만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수 있다.
◇누리과정 예산 확보법안 다수
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위한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누리과정은 만3~5세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교육과정이다. 누리과정의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정부는 내국세 수입의 20.27%를 떼어 시도 교육청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주고 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시행으로 세출은 늘었는데 세입은 그대로라며 중앙정부에 누리과정 세원을 늘리라고 반발해왔다.
이에 올해 예산안부수법률안 중에는 국가재정법·지방교육자치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법안 등을 개정해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려는 법안이 12건 발의됐다.
특히 여당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예산부수법안을 대표발의한 한선교 의원도 누리과정 재원마련을 위한 법률 개정에 동참했다. 한 의원은 국가재정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지방교육자치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 등 법안을 세 건 대표발의했다.
이달 말까지 계속되는 기재위 조세소위심사에서는 야당이 주도권을 쥘 것으로 관측된다. 한 세법 전문가는 “여당은 예산부수법률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면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야당과 최대한 합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