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신재생에너지 등 눈독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생상된 베터리 셀. / 사진=SK이노베이션
정유업계가 탈정유 사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제마진 감소, 유가 변동, 환율 등에 정유산업이 크게 휘청거리면서 새 먹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석유화학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엔 정유부문만 가지고도 큰 이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셰일가스, 전기차, 태양광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정유산업의 미래가 점차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변동폭 큰 정유부문…안정적 수익 거두기 어려워

여기에 정유부문 부문의 실적변동 폭도 크게나타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 정유업체들은 저유가 속에서도 석유제품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줄어 들었지만 유가가 상승하면서, 재고 이익도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 3분기 들어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이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석유사업에서 매출 7조252억원, 영업이익 919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4425억원, 7052억원이었다. 전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소폭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87.0%나 감소했다.

S-OIL도 3분기 정유부문에서 매출 3조1874억원, 영업적자 1234억원을 기록했다. S-OIL은 전분기에 영업이익 374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불과 몇개월 사이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7267억원, 영업이익 123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정제마진 악화로 직전분기 대비 1991억원(61.6%) 감소했다. GS칼텍스도 정유사업에서 매출 5조2041억원, 영업이익 12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분기 대비 78% 감소한 수준이다.

정유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상반기 발생한 재고이익이 사라지고 정제마진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유업체들은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을 4~5달러 선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낮아질 경우,정유사업에서 이익을 내긴 어렵다.

올해 1월 정제마진은 평균 배럴당 9.9달러에서 2월 6.4달러까지 떨어졌다. 5월에는 배럴당 4.5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하반기 들어선 전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8월 한때 배럴당 3달러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최근엔 다시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추세지만, 이 역시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가와 환율 변동에 따라 정유부문 수익은 계속 요동칠 전망이다. 즉 기름만 가지고는 더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강화…GS칼텍스, 신재생에너지 집중

이에 정유업체들은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탈정유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및 전기차 배터리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본 아사히카세이에 이어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시장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26%에 달했고 누적 매출액은 1조원을 넘었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의 발화 이후 교체 물량에 중국 ATL배터리를 전량 채용하기로 하면서 국내 SK이노베이션의 물량 증대가 예상되고 있다. ATL은 현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을 공급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8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18년 준공을 목표로 한 해 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충남 서산공장에서 연간 1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증설되는 3GWh 중 800만㎿h는 올해 초 공급 계약을 맺은 메르세데스-벤츠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배터리는 내년 출시되는 벤츠의 전기차 모델에 공급된다.

GS칼텍스는 신재생에너지와 자동차용 부품 소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10년간 연구해온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부탄올’ 사업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바이오부탄올은 폐목재와 폐농작물 등을 활용해 만들어진 연료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있다. GS칼텍스는지난 9월 전라남도 여수에 5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 착공을 시작했다.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를 건설하는 업체는 GS칼텍스가 세계 최초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말레이시아 바이오매스 그린테크놀로지(BGT)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바이오부탄올 공장 설립을 위한 적합한 부지 조사에 들어갔다.

그동안 바이오부탄올 기술 개발해 집중해왔던 GS칼텍스는 현재 4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지난 2014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 인증도 획득했으며 지난해 대한민국 기후변화대응 10대 혁신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자동차용 소재 시장도 노리고 있다. 현재 GS칼텍스는 ‘하이프린’이라는 브랜드명으로 파노라마 썬루프 프레임용 장섬유강화열가소성수지(LFT), 크래쉬패드용 LFT, 에어백용 (열가소성탄성체(TPE) 등 다양한 복합수지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파노라마 썬루프 프레임용 LFT는 지난 2014년 기아차 올 뉴 쏘렌토를 시작으로 여러 차종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차량 40만대분인 2000톤을 공급했다.

S-OIL은 부가가치가 낮은 잔사유를 원료로 프로필렌, 휘발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 시설에 투자해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투자비는 4조8000억원에 달한다. S-OIL은 윤활기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윤활기유는 윤활유 완제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 원료다. S-OIL은 올해 1분기 윤활기유에서 39.2%의 영업이익률을 내더니, 2분기에 37.0%를 기록, 이번 3분기에도 30.3%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3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정유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비정유부문에 대한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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