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소득세’ 민감한 법안들 비공개 가능성 커
밀실합의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비공개 회의를 고수했던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법안 심의과정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세금문제가 주요 언론 톱뉴스에 등장할 만큼 민감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세법 심의과정의 투명성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인세법, 소득세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법안들은 이전처럼 비공개 회의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허울뿐인 공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조세소위에서 여야 소위위원들은 이번 조세소위를 공개하는데 합의했다. 국회법 57조에 따르면 법안을 심의하는 상임위원회 소위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여야 합의가 있을 때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다. 조세소위 역시 마치 오랜 관례처럼 비공개 회의를 해왔다. 법인세, 소득세 등 워낙 민감한 이슈를 다루다 보니 공개여부를 결정하는 여야 의원들도 발언 하나하나가 언론에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율 최고세율을 인하할 때도, 지난해 담뱃세가 인상될 때도 회의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에 회의실 안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밀실합의’라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4년 국회에서는 야당이 담뱃세 인상 폭을 2000원으로 낮추기 위해 법인세법(최고세율 인상)과 맞바꿨다는 얘기가 돌았다.
올해 기재위 조세소위가 심의할 세법 개정안은 정부와 의원발의 합쳐 모두 205개다. 세법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법안 심의 기한은 사실상 이번 달 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소위 심의과정을 보면 의원발의안과 정부안이 대립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민감하지 않은 이슈에 대해선 심의를 빠르게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회의를 공개로 전환했기 때문에 비교적 작은 이슈도 심도 있게 다룰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법인세, 소득세 등 주요 이슈들을 심의할 시간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적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회의가 공개로 전환돼 민감한 법안들이 자동부의 전에 어떻게 다뤄질지 현재로선 예측이 불가능하다”면서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되면 소속 의원들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법인세, 소득세 등 이목이 집중되는 법안들이 비공개회의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공개를 원칙으로 했지만 법인세 등은 이전처럼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경우 비공개로 진행했던 과거 소위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야 3당은 모두 법인세,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기업들이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민단체와 야권은 법인세율 인상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