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텔·노키아 등 우군 확보·5G-SIG규격 국제 표준화 성공하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표준화만 성공하면 2019년 상용화가 가능하다." 오성목 KT 네트워크 부문장이 5G 전략을 발표하면 이같이 말했다.
KT가 8일 5G통신 공통규격을 발표했다. 이 규격은 KT와 삼성전자, 인텔, 퀄컴, 노키아 등 5개 기업이 공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5G-SIG(Special Interest Group, 5G 규격협의체)로 협력하고 있다. KT는 협의체 의장국이다.
전 세계에서 통신 네트워크와 장비, 부품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모인 이유는 빠른 5G 상용화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세계 통신 기술 표준은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라는 조직에서 정한다.
힘 있는 기업끼리 규격을 만들고 이 규격이 대세가 돼서 3GPP를 통해 표준화되면 해당 기업 입장에선 금방 미리 준비한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이미 10월 26일 KT와 삼성전자는 이 규격에 따라 개발한 장비와 통신망으로 첫 번째 전송 실험(First Call)에 성공했다.
KT는 누구보다 빠른 기술 상용화를 바라고 있었다. 황창규 KT회장이 2015년 하버드대 강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5G 기술 분야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황 회장은 기술 개발을 신속히 추진해 평창 올림픽을 기점으로 5G 시장을 선도하려 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은 KT 5G기술을 세계에 홍보하는 실험의 장인 동시에 한국이 관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2019년엔 도쿄에서, 2020년엔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일본과 중국 통신기업들도 올림픽을 계기로 자국 기술로 5G 시장을 주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황 회장은 빠른 대응으로 양국을 제치고 시장을 선도하려 한다.
KT는 이를 위해 5G-SIG 의장사를 맡아 각기 다른 기업의 이해관계를 조율했다. 각기 규격으로 도입하고자 했던 기술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KT가 주도해 평창에서 개최한 4번째 회의에서 비로소 규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 규격은 고주파수인 28기가헤르츠(GHz) 대역에서 800메가헤르츠(MHz) 폭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28GHz 대역은 고주파수라 다른 5G 후보 대역인 3.5GHz보다 정보 전송속도가 빠르다. 현재 국내 주파수 할당 조건 상 대용량 전송을 위해 넓은 주파수 폭을 확보할 수 있는 대역도 28GHz이다.
KT는 여기에 무선 전송 방식을 5G 이전 전송 방식과 병행해 통신 지연 현상을 개선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앞 차 급제동을 인식하는데 20밀리세컨드(ms)가 걸린다면 충돌 확률이 높아진다. 통신지연 현상 개선으로 이 시간이 1ms로 줄어든다면 자율주행차는 빨리 차를 멈추고 앞차와 충돌을 피할 수 있다.
대신 28GHz 대역은 전파손실이 많고 강도가 약해 전송 거리가 짧다. KT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기지국과 장비들을 활용한다. 유선 기가(Gbps)속도 통신망도 무선 통신을 위한 기반 시설로 쓰인다. 전국 데이터가 중앙 기지국으로 몰렸다 분산되는 트레픽 쏠림 현상도 지역별 클라우드 개설과 네트워크 가상화로 막을 수 있다.
이 모든 전략은 이 기술 규격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고 KT가 28GHz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 오성목 부사장은 “한두 개 협력사와 규격을 만들어 가면 쉽게 갈 수 있지만 이동통신 시장에서 메이저(major)급 회사 5개와 합의체를 만든 건 표준 기술로 채택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8GHz 주파수 표준화에 대해선 “미국은 이미 해당 주파수를 5G용으로 할당했다”면서 “한국에선 현재 할당 대가대로 800MHz 폭을 받으려면 수조원이 되기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