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수 이대 교수 IFRS 15 논의 부족 지적…"중도금 대출 관행 바꿀 커다란 변화 될 수 있어"

4일 학내 연구실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 / 사진= 최형균 기자

 

#2018년 1월부터 국제회계 기준인 IFRS 15가 한국 수익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그간 건설산업에 적용된 IFRS 기준서 1018호(수익) 및 1011호(건설계약), 해석서인 2115호(부동산건설약정)가 통합된다. 2011년 한국 회계기준인 K-GAAP에서 국제회계기준인 IFRS를 채택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닥쳤다. 그런데 국내 건설업계 차원의 대응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 아시아 위원인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를 만나 건설업계에 영향을 미칠 IFRS 15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편집자주』

 

한종수 이화여대 회계학과 교수는 회계 전문가다. 그는 "회계란 70%의 분기점이 있다. 회계가 어려운 이유는 70%만 알고 전체를 모두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 70%를 넘어야만 회계가 재밌어진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한 교수는 회계의 나머지 30%를 채우기 위해 공인회계사(CPA) 자격증 취득을 시작으로 ▲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공인회계사 회계연구위원회 위원장 ​한국 CFO(최고 재무관리자)협회 이사 ​대학 회계학과 교수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 아시아 위원에 이르렀다. 

 

그는 국내 회계업계에도 30%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2018년 119개국에 도입될 IFRS 15가 회계 완성품의 잔여분이다. IFRS 15는 수익산업 대상 회계 기준서와 해석서를 총괄하는 국제 회계기준서다. 영국과 미국 양대 회계기준원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가 수십년 간 공을 들인 부분이다. 기존 국제 회계기준과 상이한 부분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한종수 교수는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30% 부족분의 일정부분이 채워질 것으로 본다.

 

현재 한국 건설산업은 IFRS 기준 회계작성 시 진행기준을 적용한다. 각 건설사는 진행기준에 따라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 중도금을 납입시기별로 회계처리 할 수 있다. 새 기준은 한국 주택분양시장과 양립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한 교수가 국내 건설업계가 전혀 준비가 안됐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주택분양 시장에 의존해 커다란 이익을 내고 있는 건설업계에 큰 우려로 작용하는 대목이다. 한 교수로부터 IFRS 15 시행과 관련한 국내 업계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IFRS 15는 기존 국제 회계기준과 어떤 점이 다른가

 

한국은 2011년 K-GAAP 대신 IFRS를 도입했다.  국제회계 기준 IFRS에는 기준서와 해석서가 존재한다. 기준서의 부족한 부분을 해석서가 보완한다. 다만 기준서와 해석서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에 사업별 적용이 어렵고 난해한 부분이 있었다. 2018년 도입될 IFRS 15는 수익산업이 대상이다. 기준이 도입되면 기존 방대한 기준서와 해석서가 일괄적으로 통일된다. 일관성과 명확한 지침이 생기게 된다. 사단법인인 회계기준원에서 새 IFRS 도입을 위한 TF를 운영하고 있다.


새 회계기준이 건설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IFRS 15가 들어오면서 진행기준 사용조건이 추가됐다. 이중 '집행가능한 지급청구권(이하 지급청구권)'이 주요 이슈다. 공정진행 과정에 맞춰 발주처에게 시공사가 돈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발주처가 A건설사와 집을 짓는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하자. A건설사가 30%까지 집을 지었다. 발주처가 계약을 취소하면 30%까지 지었을 때 공사대금을 시공사가 받을 수 있어여 한다. 그래야 진행기준을 회계상 적용 가능하다.

 

문제는 지급청구권이 한국 주택시장 상황과 양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 시 건설사는 계약금을 받고 중도금을 분납해서 받는다. 중도금은 납입시기마다 회계상 수익으로 적용된다.  우리나라 표준계약서상 청약 당첨자는 계약 뒤 1차 중도금을 내기까지 계약취소가 자유롭다. 다만 중도금 납입 이후 취소가 어렵다. 계약서상 시공사는 계약취소 시 청약 당첨자에게 위약금을 물리거나 계약취소 거부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다만 청약자가 계약취소 시 이를 어떻게 회계상 적용하는가다.​ 이때 계약을 취소한다 해도 그때까지 진행한 공사대금, 즉 중도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사라진다. 이는 새 국제회계기준이 규정한 진행기준 적용조건을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중도금을 납입시기별로 회계상 적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아파트 분양 이후 준공시점까지 건설사의 경제활동을 회계상 적용할 수 없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사의 막대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여러 기관에서 내년과 내후년 아파트 공급과잉에 따른 미입주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새 회계기준 상 건설사에게 막대한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나

 

예를 들어 은마 아파트의 경우 누가 청약계약을 취소하나. 보유만 하면 돈이 되는데. 그러나 지방의 경우 미분양 증가와 부동산 시장 경기 하강으로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곳이 많을 수 있다. 이는 앞서 얘기했던 건설사의 회계혼란과 함께 수익성 악화와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회계기준원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기준원이 명확한 기준을 잡아야 할지, 상황에 따라 회사와 회계사가 이에 대응해야 할지. 아니면 계약서를 참고해야 할지. 새 회계기준 도입논의를 위한 TF도 설립했다. 다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형편이다.

 

일부 건설사 관계자는 IFRS-15 도입 시 추가 기업정보 공시 의무가 발생할지 우려하고 있다

일부 공시 추가사항이 발생할 수는 있다. 다만 올초 도입한 '수주산업 회계선진화 방안'만 해도 굉장한 공시다.(금감원은 올초 건설업, 조선업 등 수주산업에 한해 의무공시 사항을 추가했다. 직전 회계연도 매출의 5% 이상 계약 건에 대해 건설사는 공시의무가 발생했다. ▲공사진행율 ​미청구공사 및 손상차손 금액 등 공개가 골자다.) 다른 나라엔 없는 공시기준이다. 이보다 더 큰 공시 추가사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 4가 내후년 도입된다. 이들 업계는 적극적으로 반대 및 도입유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설사를 포함한 수익산업 업계 전반에선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다. 이유는 무엇인가  
 

보험업계의 경우 새로운 회계기준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영향이 매우 크다. 새로운 회계기준 상 미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한다. 저금리 상황에서 이자율이 낮은 상황이다. 이는 부채증가로 이어진다. 은행권의 BIS 비율과 비슷하게 지급여력 비율도 맞춰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관의 제재가 들어간다. 극단적인 경우 증자까지 감행해야 한다. 이에 보험업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건설업을 포함한 수익산업은 새 회계기준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지급청구권의 경우도 '이만하면 진행기준을 쓰는데 걸림돌이 없겠지'라고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회계기준원도 논의를 지속하는 이유다. 

일부 업체의 경우 회계기준 도입 후 대응하면 된다고 한다. 옳은 방침인가
 

회계기준 도입 논의가 이뤄지는 지금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해야 한다. 업계 차원에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기준이 정해지면 바꿀 수 없다. 도입될 기준을 연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바꿀 수 있는 건 바꿔야 한다. 만약 기준을 국내 업계에 유리하게 바꿀 수 없다면 영업행태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민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2011년 IFRS 도입 시 정부 차원에서 로드맵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업계 차원에서도 큰 관심을 지녔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IFRS 4 도입에 관심이 많다. 일부 은행의 경우 2년 전부터 전문가를 고용해 스터디를 했다. 대비책 마련 목적이다. 규모가 큰 금융회사이기에 가능한 조치다.

 

다만 IFRS 15는 다르다. 모든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일반 회사들은 금융권과 같이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부분이 대응 목소리가 작은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새 회계기준이 변경점이 적다고 보는 것도 한 이유다. 기업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은 새 회계기준을 신규 '먹거리'로 지정했다고 들었다
 

회계법인도 변화거리를 찾아 수익성을 확보하려 한다. 다른 것을 찾아 시스템을 바꾸는 목적이다. 시스템을 바꾸기만 해도 돈이 꽤 들기 때문이다. 다만 IFRS 15가 여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하지 않다. 확실하지 않은 만큼 업계 차원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회계의 경우 나라간 문화차이도 많이 반영된다고 들었다.


회계는 사회과학이다. 사회과학은 사회를 반영해 변화할 수 있다. 사회의 공통적 이해를 숫자로 반영한 것이 회계다. 따라서 나라간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새 회계기준이 더 걱정되는 부분이다. IFRS 해석위원회는 14명이 있다. 유럽측 위원이 5명, 북미와 남미 5명, 아프리카 3명, 아시아 2명이다. 유럽과 북미측 위원만 해도 9명이다. 과반을 넘는다. 서구사회 특징을 반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의견을 반영하기 힘들 수 있다. 

 

물론 특정 국가 문화만을 편향적으로 회계에 반영하지 않기 위한 노력도 있다. 1년에 수백번 ISAB에서 세계 각국에 인원을 파견한다. 또한 새로운 회계기준에 대한 의견서도 6개월 간 받는다. 기업과 개인, 회계기준원 모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의견서를 45개 보냈다. 한국의 경우 의견서가 하나만 왔다. 그나마도 회계기준원만 의견을 보냈다. 한국 문화를 반영한 회계기준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시급히 의견개진을 해야 한다.


일례로 ISAB가 원유를 정유사간 대여하는 사례가 있는지를 각국에 보냈다. 한국의 경우 정유사와 석유공사 간 해당 유형의 거래가 존재한다. 문제는 어떤 기업도 이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회계법인 역시 사례를 제시하지 않았다. ISAB가 보기에 이를 보편적 거래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새 회계기준의 국내 적용에 있어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과 해외기업의 회계를 보는 시각이 다른 것도 소극적 의견개진에 영향을 미치진 않나

 

외국 기업은 회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CFO가 회계를 전문가 수준으로 분석한다. 만나서 얘기할 때마다 매번 놀란다.

 

국내기업 CFO는 회계에 있어 전문가적 식견을 지닌 경우가 드물다. 한국은 회계를 부하직원이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준이 정해지면 기업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인식한다. 회계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건설산업은 분식회계, 빅배스(잠재부실을 회계에 대규모로 반영) 문제로 신뢰성이 낮은 상태다. IFRS 15 도입이 세간의 인식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새 IFRS가 진행기준의 요건으로 정한 지급청구권은 미청구공사의 회수가능성을 의미한다. 새 기준 하에서 미청구공사의 회수가능성이 좀더 명확히 기준으로 정립될 수 있다. 실제 회수할 수 없는데도 미청구공사라 명시해 매출채권으로 잡는 행태가 사라질 수 있다. 이는 매출채권 과다계상을 통한 회계부실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더라도 적용은 결국 기업이 한다. 이를 기업이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따라 인식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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