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클래스 결함 한국선 리콜 안해…미국선 당국 보고후 리콜

7년 만에 완전 변경한 중형 세단 E클래스로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1위를 눈 앞에 둔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소비자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벤츠 E클래스에서 전기 배선 제작 결함에 따른 엔진 꺼짐 가능성이 발견됐음에도 미국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에선 리콜 등 대처에 나서지 않고 있는 탓이다. 

 

7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벤츠가 올해 6월 미국에 출시한 중형 세단 2017 E300과 E300 4MATIC에서 배선 뭉치 제작 결함으로 인한 엔진 꺼짐 가능성이 발견됐다. 벤츠는 해당 문제로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올해 7월 해당 결함을 인지했다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보고했다. 반면 국내 자동차 리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6월 출시한 중형 세단 E클래스. /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벤츠는 차량 내 여러 전기 장치에 연결하는 배선을 하나로 묶은 배선 뭉치가 뒷좌석 아래에 위치해 무릎으로 좌석이 눌리거나 압력이 가해질 시 배선 손상에 의한 엔진 꺼짐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설명했다. 이 같은 결함은 지난해 12월 10일에서 올해 6월까지 생산한 차량에서 일괄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벤츠가 올해 6월 22일 국내에 출시한 E300과 E300 4MATIC 등 가솔린 모델이 미국 판매 차량과 같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즉각적인 리콜과 달리 국내선 침묵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형 세단 E클래스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3866(E220d 포함)가 팔리며 벤츠 전체 판매량의 60%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대형차급에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벤츠를 많이 사주는 나라일 정도로 벤츠를 향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는 굉장하지만,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해주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벤츠 골프채 훼손 사건도 주행 중 엔진 꺼짐에 따라 발생한 문제였지만 리콜은 골프채로 차량을 부순 뒤에야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리콜 대상 차량 6858대 중 3758대만이 판매된 반면 국내에선 E300과 E300 4MATIC이 올해 6월 출시 이후 지난 10월까지 5738대가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는 지난 9월 2일 이후 뒷좌석 배선 뭉치 위치를 재조정 하고 딜러사 자체 조정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다만 독일 진델핑겐 공장에서 E클래스를 생산한 이후 국내 출고까지 2~3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판매 차량 대부분이 배선 뭉치 결함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벤츠 E클래스에서 발생한 배선 뭉치 제작 결함은 연료 펌프, 연료 탱크 압력 센서, 연료 게이지로 이어지는 전기 배선이 끊겨 연료 차단으로 인한 엔진 꺼짐이 발생할 수 있는 중대 결함이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즉각적인 시정이 필요한 구조적인 결함”이라며 “뒷좌석 아래에는 연료펌프로 가는 배선이 깔리게 되는데 승차감 개선을 위해 차체를 낮게 설계한 것이 배선 차단에 의한 시동 꺼짐 가능성을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결함이 분명함에도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업체는 습관적으로 책임을 미루는 행태를 보여 왔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소비자를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파악했으나 리콜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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