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 채용박람회 북적…성과는 글쎄

7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2016 리딩코리아 잡 페스티벌'에서 사전 등록한 구직자들이 이력서 출력을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사진=김현우 기자

 

"오늘 뉴스봤는데 이번 박람회에서 은근히 뽑는대." 

"그러겠냐 설마. 대기 줄도 긴데 대충봤겠지." 

 

짝지어 부스를 돌아다니던 구직자가 불평한다. 7일 코엑스에서 열린 채용박람회 '2016년 리딩코리아 잡 페스티벌'에서도 취업문은 여전히 좁았다.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20대 중반 오혜림씨는 3개월차 취업준비생이다. 채용설명회만 10군데를 다녔다. 그러나 문과생 문은 여전히 비좁다. 참여 기업 대다수가 기술 기업이고 인문계열은 인사총무 등 관리직에만 한정돼 있었다.

 

이공계 구직자도 마찬가지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직무이해도, 연구실적에서 적임자가 없다"고 토로한다. 학부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 업무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때 이공계에선 '취업깡패 전화기'란 단어가 있었다. 평균 취업률이 80%를 넘던 전자공학과,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를 가리킨다. 그러나 지금은 전화기 출신 구직자들도 힘들다. 졸업학기라는 한 기계공학과 대학생은 "대학원 진학 선배들까지 합쳐도 절반 가량만 취업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1, 2학년 대학생들도 참여했다. 군 제대후 갓 복학한 2학년 기계공학과 학생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은 몰랐다"라며 "취업에 뛰어들기전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기술 장인을 기른다는 마이스터고, 구미전자공고에서도 한 학급이 참가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과 주최한 리딩코리아 잡 페스티벌은 강소‧중소기업을 구직자와 연겨시켜주는 채용박람회다. 이날 행사에는 82개 기업이 참가했고 구직자 6000여명이 참석했다. 미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사전 등록 구직자만 해도 2300명에 이른다.

 

이날 박람회 참가기업은 ▲월드클래스 300기업 73개 ▲글로벌 강소기업 7개 ▲글로벌 전문후보기업 2개다. 월드클래스 300기업은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 거래 협력하며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가는 기업이다. 글로벌 강소기업은 수출역량과 성장성을 보유한 우수 중소기업으로, 월드클래스 300 후보기업 육성 대상이다. 글로벌 전문후보기업은 직수출 1억달러 이상 달성한 중소중견기업이다. 이들 모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서 선정하고, 선정된 기업에게는 R&D지원금과 인력교육을 제공한다.

 

분야별로는 ▲전기·전자(17개) ▲의료·제약·바이오·화장품(13개) ▲자동차·조선·철강·항공(12개) ▲반도체·디스플레이·광학(10개) ▲화학·에너지·환경(9개) 기업이 참가했다. 이들이 밝힌 올해 하반기 채용인원은 528명이다. 행사 관계자는 "이 곳에서 즉각채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구직자에겐 기업을 소개해주고, 기업에겐 적합한 인재를 찾아볼 수 있게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 전자기업 인사담당자는 "면접보듯 채용 상담을 진행하지만, 실제 채용까지 이어지는 일은 손에 꼽는다"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올라온 한 전자기업 관계자도 "서울에서 지원자를 만나봤자 금방 퇴직하거나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채용보다는 박람회 취지가 좋아 나왔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 채용 상담을 받고 나온 한 여성 구직자는 한숨을 쉰다. 그는 올해 초부터 발품을 팔며 채용박람회를 다니는 중이다. 그는 "혹시라도 기회가 있을까 찾아왔지만 이번 행사도 다른 행사와 별 차이가 없다"라며 "형식적인 행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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