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하락세 반전 전망에 정유주↓ 항공·해운·조선↑
국제 유가 움직임이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관련 업종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에 따라 국제 유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정유주는 유가 하락이 경계된다. 유가 상승에 부정적으로 평가받던 항공과 유틸리티 업종은 최근 유가 움직임에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상승 움직임을 보이던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68센트(1.5%) 내린 배럴당 44.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의 배럴당 가격이 45달러 아래에서 형성된 것은 9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원유에 대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지속된 영향이 컸다. 미국의 원유서비스업체 젠스케이프는 이날 미국 오클라호마 주 쿠싱의 원유 재고가 1주일새 120만 배럴 늘었다고 밝혔다. 쿠싱은 WTI가 인도되는 지점으로 이 곳 원유 재고는 미국의 흐름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날 미국에너지정보청(EIA)도 지난주 기준 미국의 원유 재고가 전주보다 144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증가폭은 시장 예상보다 14배 이상 많은 것이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 내다봤다. 9월말 알제리 회담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들이 유가 수준을 올리기 위해 8년 만에 감산 합의를 한 까닭이다. 당시 회원국들은 하루 산유량은 3250만~3300만배럴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따라 국제유가는 10월 한 때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OPEC 회원국 내에서 이라크가 감산 면제를 주장하고 있고 러시아 등 비OPEC 국가가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출렁기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감산 합의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다시금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으로 떨어질 것으로도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가 다시 내려오자 관련 업종 주가 향방이 주목된다. 그동안 국제 유가의 완만한 상승으로 정유 등이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내보였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우선 재고 가치가 오르게 된다. 여기에 제품 판매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이 개선된다.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비·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정유업계에선 원유 가격이 저유가 상황에서 완만히 상승하는 경우를 선호한다.
반대로 국제 유가 하락은 원유를 원료로 하는 유틸리티(전기, 가스) 업종, 해운과 조선 업종에 긍정적이다. 특히 항공사들은 유가 하락 수혜가 클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 전체 비용에서 유류비는 평균적으로 약 35%를 차지한다”며 “유가 하락이 지속하면 비용 절감 효과도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