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단체 보고서 흡사, 일부는 토씨도 똑 같아…K스포츠재단 사업개입설 뒷받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대한체육회의 내부 보고서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으로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K스포츠클럽은 K스포츠재단과는 관련이 없다”는 기존 해명과 달리 대한체육회의 내부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하는 등 K스포츠재단이 종합형스포츠클럽(현 K스포츠클럽) 사업에 개입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활체육 강화 차원에서 K스포츠클럽 활성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핵심 정책으로 지난 3년 간 30개가 넘는 클럽이 전국에 생겼다정부 계획대로 2020년까지 클럽이 228개로 늘어나면 관련 예산은 1000억원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K스포츠재단이 작성한 문건(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 제공)​에 따르면 재단은 전국 20곳에 거점을 만든 뒤 점차 확대정부 예산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사저널e가 단독 입수한 총 400페이지 분량의  자료(2015년 12월 18일에 작성)는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30개 K스포츠클럽 중 29곳의 운영성과를 평가하고 개선안을 제안한 보고서다.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가 제기된 후 대한체육회는 K스포츠클럽의 해당 보고서 존재여부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았다.

두 문건을 비교한 결과 K스포츠재단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올해 3월 작성된 K스포츠재단의 스포츠클럽기획안의 주요 내용과 상당 부분 유사했다. 일부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았다. K스포츠재단이 대한체육회의 내부 보고서를 참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대다수의 K스포츠클럽들이 재정 등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개선방안 중 하나로 클럽 간 리그전을 개최해 교류를 확대하고 선수출신의 지도자를 고용해 수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올 3월 K스포츠재단이 사업기획안으로 작성한 4장 분량의 ‘20개 시·도 스포츠클럽 지원사업 개선방안’의 사업운영안과 매우 흡사하다. 

 

 


 

 

 

보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베낀 부분도 있다. K스포츠재단은 총 60억원 규모의 스포츠클럽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몇 가지 ‘공모요건’을 내세웠는데 이 부분은 보고서의 ‘종합스포츠클럽 개선방안’을 갖다 쓴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사실이라면 대한체육회의 누군가 이 보고서를 K스포츠재단 측으로 넘겼고 이를 참고해 해당 기획안을 작성했다고 볼 수 있다. ‘K스포츠재단과 아무 관련 없다’라는 기존 입장에서 좀 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이 보고서의 연구를 토대로 종합형스포츠클럽에서 K스포츠클럽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발견됐다. 보고서는 설문조사에서 종합형스포츠클럽 명칭 보유가 클럽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전체의 55%에 불과했다며 브랜드 가치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명칭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 2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12월 국민생활체육회(현 대한체육회)의 건의에 따라 명칭을 바꾸는 것을 검토했으며 (현재) K스포츠클럽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 보고서가 K스포츠재단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대한체육회의 A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지만 올해 4월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통합된 후 현재는 사이트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B관계자는 “사업성격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다르지만 보고서는 통상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K스프츠재단 측이 작성한 문건과 보고서가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에 대해 A관계자는 “K스포츠재단이 만든 문건과 일부 같은 내용이 있는 것은 아마도 작년에 진행했던 (K스포츠클럽) 사업공고문 등을 참고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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