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한화·CJ 등 정부 선처 바라던 상황…검, 제3자 뇌물죄 적용 위해 53개 기업 조사 속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에 참여한 기업들이 박근혜정부에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해지고 있다. '강제적 모금'이었다는 재계 측 입장과 달리 일부 기업이 적극적으로 기금 출연에 나섰다는 정황이 밝혀지는 상황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774억원의 출연금을 낸 53개 기업들의 대가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 기업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기업들에 대한 수사는 대가성을 입증해 최씨에게 형량이 높은 제3자 뇌물죄 적용을 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검찰은 기업들이 수십~수백억원을 출연금을 내며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에게 해당 그룹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출연금을 낸 기업들 다수는 정부의 선처를 바라며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도움을 받았고 현재도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의 주식 합병 비율 논란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롯데는 출연금 지급 당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작업이었던 호텔롯데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한화, CJ 등도 회장의 사면 여부로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부영의 경우 이중근 회장이 지난 2월 안 전 수석의 70억~80억원 추가 지원 요구에 세무조사 편의 제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긴 K스포츠재단 회의록이 공개된 상황이다.
대가성 입증을 위해선 결국 공여자 진술이 중요한 만큼 검찰은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일단 출연금 외에 별도로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각각 80억원과 70억원의 지원 요청을 받은 SK와 롯데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또 삼성전자의 최순실씨 딸 정유연씨 지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김모 전무를 소환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차 "돈을 낸 기업들은 부패 클럽이고 (이번 사태는)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것"이라며 "다 대가성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이 추진 중인 법인세 인상안에 정부가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특별한 이유없이 법인세를 계속 못 올리겠다고 강하게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부패와 연결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대가성 입증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들로서는 설사 대가성이 있었더라도 '뇌물 공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도 넘어야 할 산이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검찰 수사와 특검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돈을 낸 기업들에 대해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이라고 표현하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관련자들 역시 이에 동조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은 부정적 여론의 확산 속에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으로서는 입장을 내기 매우 곤란하다"며 "검찰 수사가 종료되면 개별 기업별로 별도 입장을 내지 않겠나"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