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까지 누적 판매량 벤츠에 8000대 뒤져… '1+1 프로그램' 등 파격 판촉도 역부족
7년을 이어 온 국내 수입차시장 BMW 독주체제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신형 E클래스를 앞세운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세 앞에 그동안 쌓아온 BMW의 입지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BMW가 5시리즈 신차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막판 뒤집기를 노렸지만, 10월 판매량도 벤츠에 밀렸다. 수입차 만년 2인자로 꼽혔던 벤츠의 수입차 왕좌 등극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10월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가 지난해 같은 달 1만7423대에 비해 18.3% 증가한 2만612대로 집계됐다고 4일 발표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입차 누적 등록 대수는 18만5801대로 전년 동기(19만6543대)와 비교해 5.5% 감소했다. 폴크스바겐 판매정지 처분과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악재가 겹친탓이다.
다만 10월 수입차 판매량은 9월 등록실적(1만6천778대)에 비해 22.9% ‘깜짝’ 증가했다. 수입차시장이 모처럼 웃은 이유는 벤츠와 BMW가 호실적을 기록한 덕이다.
지난달 수입차 브랜드별 등록 대수는 벤츠 6400대, BMW 5415대로 판매량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72.4%, 71.6% 급증했다.
특히 벤츠 상승세가 돋보인다. 벤츠는 월간 등록대수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6000대 판매 고지에 올랐다. 지난달 전체 수입차 판매량 중 31.0% 수준이다.
벤츠의 독주는 신형 E클래스 인기 덕이다. 벤츠는 지난 6월 신형 E클래스를 출시한 이후 BMW와의 판매격차를 매달 벌리고 있다. 신형 E클래스는 7~9월 연속해 수입차 베스트셀링 카에 올랐다.
9월까지 누적판매 기준으로 벤츠는 전년 동기보다 10.5% 증가한 3만8594대를 기록한 반면 BMW는 9.5% 줄어든 3만1870대에 그쳤다.
자존심을 구긴 BMW는 지난달 파격적인 프로모션 카드로 반전을 노렸다. BMW는 5시리즈 차량 구입 시 내년 출시 예정인 신형 5시리즈로 변경할 수 있는 '1+1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5시리즈를 15%의 선납금에 월 67만원 할부로 구입하면 내년에 출시될 신형 5시리즈도 60만원대의 월 납입금(통합 취득세 불포함)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월 35만원으로 520d M Aerodynamic Pro(가격 6390만원, 잔가보장형 운용리스, 잔존가치 52%, 선납 30%, 3년 기준, 통합취득세 포함, 자동차세 미포함)를 이용할 수 있는 월 납입금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 같은 BMW 고육지책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지난달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에 BMW 520d(1732대)가 오르며 벤츠 E300(1555대), 벤츠 E220d(1412대)를 제쳤다. 다만 브랜드 총 판매량 열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까지 누적판매량은 벤츠 4만4994대, BMW 3만7285대다. BMW 신차계획이 전무한 상황에서 8000대 가까운 격차를 두 달 안에 메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9년 이후 7년 동안 줄곧 수입차 1위를 지켜온 BMW가 올해는 벤츠에 왕좌 자리를 내어줄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내년 5시리즈 완전변경모델 출시가 예고된 상황이다. 구형 5모델 판매정체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벤츠가 신형 E클래스를 내놨다. 결국 주력모델 세대교체 타이밍에서 벤츠가 앞선 것이다. 사실상 BMW는 내년 반격을 노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