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정기조 따라가다 뒤통수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실적을 개선했지만 주가는 떨어지고 있다. / 사진=뉴스1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5조원 이상 증발했다. 최순실 사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CJ는 한류 전도사를 표방하며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에 발을 맞춰왔다. 

CJ제일제당 등 주력 계열사들은 3분기 시장 기대를 충족하는 실적을 나타냈다. CJ제일제당은 3분기 매출액은 2조30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다. 영업이익도 1861억원으로 5.1% 증가했다. 가공식품이 잘 팔리고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 판매 가격이 오른 덕이다. 

해외시장 경쟁력도 강화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가공식품 해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9% 늘었다. 전체 식품 매출도 8% 증가했다. 바이오사업 영업이익은 70.8% 늘었다. 연구·개발(R&D) 경쟁력에 기초해 원가를 절감한 덕이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담금질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국내 주력 사업에서 점유율을 늘려 압도적으로 외형을 불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기적으로 매출이 10% 수준에서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배송과 홈쇼핑을 운용하는 CJ대한통운과 CJ오쇼핑도 활짝 웃었다. CJ대한통운은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늘어난 1조4903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도 603억원으로 16.8% 늘었다. 택배 수송량이 20% 이상 증가한 게 이익확대에 도움이 됐다. 자회사의 파생상품 손실로 당기순손실이 늘어난 게 아쉽지만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는 평가다.

CJ오쇼핑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2% 늘어난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특히 모바일 채널이 3분기 취급고 20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6.4%나 성장한 게 눈길을 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쇼핑 증가 추세에 TV쇼핑 취급고도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향후 국내 홈쇼핑의 영업은 안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곧 발표되는 CJ E&M의 3분기 실적은 방송과 영화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방송은 최근 ‘삼시세끼’ 등 이른바 ‘킬러콘텐츠’가 잇달아 방영되면서 광고매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의 성장세도 눈길을 끈다. 3분기 대형투자배급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100만 관객 동원에도 실패하며 적자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분기가 방송부문 광고성수기라는 점에서 성장세는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CJ프레시웨이는 아쉬운 실적을 냈다. 3분기 매출액은 606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1%가 늘었다.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19.3%가 줄어든 83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J프레시웨이 측은 “인력충원, IT인프라 투자 등 투자성 판관비 증가 탓”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서 출범 기념 점등판에 점등 톱니바퀴를 꽂고 있다. 옆에는 손경식 CJ 회장. / 사진=청와대, 뉴스1

 

다만 핵심성장동력인 ‘식자재 유통사업’의 경우 대형 급식유통 거래처 확보와 자회사 프레시원의 성장으로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6% 상승했다는 점은 위안이다. 베트남 등 신규 수출시장 확장이 가속화되면서 3분기 영업이익 부진은 한해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많다.

이같이 CJ의 유통과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들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주가는 되레 하락 국면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주회사 CJ 주가는 지난해 8월 고점을 찍은 이후 50.1% 내려앉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일 기준 올해 CJ 상장사 9곳의 시가총액은 20조5261억원으로 지난해 말(25조7026억원)보다 무려 20.14%나 떨어졌다. 채 1년이 안 돼 5조원 이상이 증발해버린 셈이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관계악화 우려, 정치적 리스크 등은 대기업집단 중에서CJ그룹에 가장 부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의 이권사업 개입의혹과 직결된 CJ E&M의 주가 내림폭은 유독 크다. 4일 오전 현재 CJ E&M 주가는 6만4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드배치 결정으로 한류리스크 우려가 확산된 8월 초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다. 약 한달 전인 10월 5일 거래종가는 7만6000원이었다.

CJ는 차은택 전 단장이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과도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테마 중 하나인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 자리하고 있다. 차 전 단장은 곧 중국에서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 잡은 케이컬처밸리(K-Culture Valley)도 특혜 의혹에 휩싸여있다. 이 문제는 경기도 의회가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가동해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향후 상황에 따라 정치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3일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재현 CJ 회장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MBN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청와대 핵심 수석이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가 난다. 지금도 늦었을지도 모른다”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했다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관련 수석은 ‘VIP 말씀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는 창조경제의 현안 프로젝트의 예산을 삭감할 태세다. 한류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류 전도사를 표방했던 CJ 계열사의 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최종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CJ 주가의 불확실성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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