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서 첫 재판…수원지법 '파기이송 판결' 상고 여부는 '미정'

지난달 20일 수원지법의 파기이송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 간 이혼소송은 서울가정법원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 바 있다. / 사진=뉴스1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 간 이혼소송 첫 재판이 3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렸다. 이 사장 측은 일단 재산분할 청구와 관련해 2주 내에 재산명세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게 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권태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임 고문이 이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청구 소송에 대한 변론준비기일에 대한 협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 사장과 임 고문은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들만 참석했다.

 

양측 변호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 사장이 아직 수원지법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다음 재판에서 구체적 사건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수원지법 가사항소2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이 사장이 임 고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지난달 20일 관할권 위반을 이유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인 성남지원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이송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임 고문 측은 "상고 마감일인 오는 9일까지 이 사장이 상고하는지를 보고 (재판부가) 두 사건을 어떻게 할지 그 이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사장 측은 상고 여부에 대해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이와 별도로 임 고문의 재산분할 청구에 대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이 사장 측에 2주 내에 재산내역을 조사해 법원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임 고문 측은 이 사장 측이 제출한 재산명세서를 검토해 이에 대한 의견을 내게 된다. 

 

다음 변론준비기일은 다음 달 22일 오후 5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두 사람 간 이혼소송은 2015년 2월 이 사장이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사건을 심리한 성남지원 가사2단독 주진오 판사는 1년여간의 심리 끝에 지난 1월 이 사장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초등학생 자녀에 대한 친권·양육권 역시 이 사장이 갖도록 했다.

 

하지만 임 고문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지난 6월엔 서울가정법원에 별도 이혼소송과 수원지법에 반소를 하루 차이로 제기했다. 그는 항소심에서 1심이 관할권을 위반했다며 사건이 서울가정법원에서 처음부터 다시 심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항소심을 심리한 수원지법 가사항소2부는 지난달 20일 임 고문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성남지원에서의 사건 심리가 가사소송법상 관할권을 위반한 것이라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에 이송했다.

 

임 고문이 사건 이송을 강하게 요구한 배경에는 관할권 위반 외에도 서울가정법원의 깐깐한 소송 진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자녀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에서의 이혼 절차가 지방법원 내 가사재판부보다 더욱 까다롭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가사재판부 판사는 "가정법원은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 소송의 경우 미성년 자녀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자녀와 관련한 여러 절차가 진행되다 보니 보통 소송 진행 역시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무효화된 성남지원 판결에서 임 고문은 초등학생 자녀에 대한 친권·양육권을 갖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접촉기회 역시 평균보다 더 제한됐다. 해당 판결은 임 고문이 매월 한 차례 정해진 시간에 1박2일(27시간) 동안에 한해 자녀와 함께 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소송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당초 이 사장의 이혼 요구를 거부하며 재결합을 요구했던 임 고문이 태도를 바꾸며 재산분할 청구까지 함께 했다는 것이다. 그는 성남지원 1심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가정을 지키고 싶다"며 재산분할 청구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임 고문은 항소 후 이 같은 입장을 바꿔 재산분할 청구가 포함된 이혼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그는 수원지법 항소심을 앞두고 이혼소송으로는 이례적으로 특수부 검사 출신인 남기춘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삼성 비자금 수사 경력이 있는 남 변호사 선임 목적이 재산분할 청구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남 변호사는 임 고문의 언론 인터뷰를 이유로 소 제기 2주 전 변호인을 사임했다.

     

이 사장 측은 재산이 결혼 전 형성된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증식된 만큼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삼성가 장녀인 이 사장의 재산 규모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남편인 임 고문도 이 사장 재산을 2조5000억원 가량으로 추정해 이를 토대로 1조2000억원에 대한 재산분할을 청구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재산분할 청구 부분에 대한 심리를 위해 이 사장 재산 규모를 조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벌들의 약한 고리로 통하는 재산에 대한 조사 가능성만으로 이 사장에겐 상당한 부담이 불가피하다. 결국 임 고문이 이 같은 약한고리에 대한 압박을 통해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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