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따라 급여 정해져 강압적 추심…"근로자로 고용해야 불법추심 완화"
# A신용정보사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위임한 추심회사다. A사는 자산관리공사로부터 국민행복기금의 10년 넘은 장기채권을 위탁 받아 추심하고 있다. A사 추심원은 최근 10년 넘은 장기채권을 채무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채무자의 누나에게 대위변제를 요구했다. 가족이 대신 변제했지만 애초 안내와 다르게 모든 채권 소멸이 아닌 연대보증인 채무만 면탈됐다. 채무자에 따르면 모든 추심절차가 채무자 본인이 아닌 가족과의 전화 통화와 팩스로 처리됐다. 결국 채무자 가족은 금융감독원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A신용정보사는 결국 잘못을 시인하고 채무자 가족과 합의 처리했다.
# B씨는 10여년 전 지역농협에서 대출을 받았다. 지역 농협은 이 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했다. 소멸시효는 완성됐다. 행복기금으로 추심을 위임 받은 C 신용정보사는 소멸 시효가 완성된 채권으로 B씨에게 추심을 했다. B씨는 소멸 시효가 완성됐으니 추심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신용정보사는 추심을 지속했다.
채무불이행자 330만명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겠다는 국민행복기금의 채권 추심이 대부업체 만큼 강하고 교묘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원인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위임하는 신용정보사 추심원이 개인사업자라는 점이 지목됐다. 추심원들은 추심 실적에 따라 급여가 정해진다. 추심을 강하게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2013년 출범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불이행자 332만명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장기 채무자들의 재기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그러나 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국민행복기금의 채권 추심이 대부업체 이상으로 강하다는 비판과 사례가 나왔다.
한 신용정보사에서 추심인으로 근무했던 김모씨는 "국민행복기금은 서민들의 채무조정과 자활을 위해 공익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행복기금 추심이 대부업체 수준으로 강하다"며 "이는 근본적으로 행복기금이 추심을 위임하는 신용정보사가 추심인들을 개인사업자로 고용하기 때문이다. 추심인들은 추심 실적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기에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신용정보사 추심인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채권 시효 만료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채무자가 이 사실을 모르고 돈을 조금이라도 입금하면 채권 시효가 연장된다.
김씨는 "추심인들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채무자에게 채권 시효가 만료된 사실을 숨긴다. 채무자에게 채무액을 줄여줄테니 돈을 몇 만원이라도 우선 갚으라고 한다"며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채무자들은 잘 됐다는 생각에 빚의 일부를 갚는다. 그러면 채무자가 돈을 갚을 의사 표시를 한 것이 된다. 채권 시효가 연장된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고려, KTB, 미래, 신한, 에스엠, 우리, 중앙, 나이스, A&D, IBK, KB, SGI신용정보 등 12개 신용정보사에 추심을 위임하고 있다. 신용정보사들은 대부분 추심인들을 위임직 채권추심인, 즉 독립사업자(특수고용직)로 고용한다.
위임직 채권추심인들은 급여 기본급이 0원이다. 실적에 따라 급여가 결정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4대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퇴직금도 없다. 신용정보사들이 추심인들을 개인사업자로 고용하는 이유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근로자와 달리 불법 추심에 대한 신용정보사의 법적 책임도 피하기 쉽다.
전문가들은 추심사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고용해야 과잉·불법 추심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유순덕 주빌리은행 상담팀장은 "국민행복기금과 신용정보사가 의지만 있으면 추심사를 근로자로 고용할 수 있다"며 "자산관리공사는 신용정보사에 추심을 위임할 때 추심원을 근로자로 고용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신용정보사도 추심원을 근로자로 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