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마친 강남 재건축 입주권 보유자 수혜 입을 수도
정부가 3일 전매·청약제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을 내놓았다. 6개월만 지나면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로또 대접을 받던 신규 분양권 당첨 시대의 종말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부동산 시장 열풍의 근원지인 강남 재건축 시장을 직접적으로 규제할 만한 처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분양을 마친 강남 재건축 분양단지와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의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 조합 전반은 일단 이번 대책 발표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당초 예상보다는 재건축 표적 규제가 강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8.25에 이은 부동산 대책을 추가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이후부터 호가는 최소 1000만 최대 5000만원까지 떨어졌음에도 사실상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정부의 규제대상이 되면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일정기간 조합원 지위양도를 제한, 수억원의 목돈이 묶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안을 두고 “재건축 시장에 대한 규제가 부족해 강남 재건축이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장덕환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조합장 역시 “이번 대책에는 다행히 강남 재건축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아 강남 재건축 단지의 하락이나 상승에 별 영향 없이 현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이번 정책으로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같은 운명이 아니라 추진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이미 이주 및 철거를 한 뒤 분양까지 마친 단지들이다. 정부의 규제는 이날 이후 분양을 하는 단지들에 한해 적용된다. 다시 말해 이미 분양을 마친 단지들은 이날 발표한 규제와 관계없이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입지가 좋은 경우 호가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강남지역에서 분양한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는 △신반포자이(반포한양 재건축)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 등이 있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입주권은 조합원의 지위를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주택을 매매하는 것으로 분류해 이번 대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권 제한은 결국 입지좋은 강남 재건축의 입주권(조합원 지분 매매)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합설립인가 등 재건축 걸음마 단계인 단지들도 집값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청약시장에 몰리던 투자자들이 재건축 진행이 초기단계여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단지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결국 이번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재건축 추진이 아주 빠른 단지나 초기단계인 단지들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관리처분인가 등 이주를 목전에 두고 있는 단지들은 분양시장에서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의 영향으로 재건축조합의 수익이 줄어들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재건축 진행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전반적인 심리 위축으로 재건축 시장 역시 단기적 집값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만 그 영향은 분양시장에 비해 훨씬 미미한 것은 맞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이번 대책은 주로 분양시장의 이상과열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며 “분양을 이미 마친 재건축 조합원의 입주권 거래 등은 반사이익을 누린다기보다 충격이 덜 한 정도로 보는게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전반적인 전매제한 규제로 인해 시장이 침체되면 그동안 계속돼 온 강남 재건축 고분양가 행진도 주춤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