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책 가수요 억제에 초점 … 전문가들 “기존 분양단지 규제 대상 벗어난 점 문제"
정부가 3일 내놓은 부동산 투기 대책을 전문가들은 제한적으로만 작동할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투기세력 집결로 인한 부동산 시장 이상과열을 잠재우기 위한 제동책을 내놨다. 공공택지 공급 축소를 앞세운 8.25대책이 주택공급물량을 줄일 것으로 풀이돼 아파트 분양시장에 투기세력이 더욱 몰리자 낸 후속 대책이다.
이번 대책은 과열양상을 보이는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일부지역에 대한 수요를 선별적으로 조정해 청약규제와 전매 강도를 차등화한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규제강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규제지역 분양권 거래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미 분양을 마쳐 거래되던 분양권은 이번 규제대상에서 제외돼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발표한 11.3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의 골자는 전매제한기간 강화, 재당첨 제한, 1순위 제한 등 청약규제이다.
전매제한 기간 및 규제 지역과 관련해 현재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수도권 민간택지 입주자는 이제까지 계약 후 6개월간 전매가 제한됐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당장 이날부터 서울시(강남4구 제외)와 경기도 성남시에서 입주자 모집공고를 게재하는 분양사업지에선 18개월간 전매가 제한된다. 전매제한기간이 현행보다 3배나 늘어나는 셈이다. 통상 분양에서 입주까지 2년6개월(30개월)이 소요됨을 고려할 때 분양권 거래 가능 기간의 60%정도는 전매행위를 차단하는 셈이 된다.
재건축 가격 급등 열풍의 진앙으로 꼽히던 서울 강남4구와 경기 과천시에 대한 규제는 보다 강력해졌다. 아예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분양권 전매시장이 통째로 증발되는 것이어서 전매거래 축소, 고분양가 행진 제동과 청약경쟁률 하락 등 시장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대책은 미온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치밀하고 강도가 세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 문제는 투기세력이 실수요 분양시장에 들어와 시장 혼란을 유발하고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구조였는데, 정부의 이번 대책은 실수요자 아니면 분양시장에 발을 들이지 말라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으로 분양시장 진입수요를 재편한다는 측면에서 효과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박사 역시 “분양받은 사람은 팔수 없다라는 시그널을 준 것과 같다”며 “국내 부동산 시장이 하방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 규제책은 가수요를 진정시킬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역시 “주택정책의 주무부서인 국토부는 그동안 거래 활성화나 공급조절에 초점을 뒀으나 이제는 수요 조절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정책방향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서울 등 인기 지역에선 분양받을 때 자금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규제의 틈새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정책이 이날 이후 분양하는 사업장에 한해 제약하는 것이어서 이전에 이미 분양계약을 마친 기분양 사업지의 분양권 전매는 여전히 자유롭다. 다시 말해 기존 강남4구의 분양권은 거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수도권 전매시장이 축소되며 타격을 받긴 하겠으나 가격급락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소급적용 문제 부분이 다소 아쉽다. 오늘 발표된 전매규제 강화 정책은 11.3일 기준 모집공고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에 거래되던 분양권들은 앞으로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오는 2018년까지 입주예정 물량이 약 80만 가구가량 되는데 이 물량들이 규제 외 대상으로 남아있다보니 오늘의 정책 영향력은 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청약 열풍을 일으키는 부산 지역에 대한 전매 규제 제외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경기도 하남시, 고양시, 화성시(동탄2지구에 한함), 남양주시의 공공택지와 세종특별자치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지역) 공공택지는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 전매가 제한되는 반면 부산광역시의 민간택지는 전매규제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측은 “1순위 제한과 재당첨 제한 등만 실시되고 분양권 전매는 자유로운 부산광역시는 오히려 경남권 투기적 가수요의 집결지가 될 우려감이 든다. 대구 아파트시장의 가격조정으로 저금리 유동자금이 돈 될 만한 곳을 찾고 있는 와중에 아파트 가격이 동반상승하고 구도심의 정비사업까지 활발한 부산에 가수요를 묶어 둘만한 전매규제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부산지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2015년 79.5 대 1에서 2016년 106.8 대 1로 더욱 과열양상을 보이며 올해 11월 2일 기준 약 117만명이 청약시장에 유입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