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중단·기술 수출 계약 파기 여파…외국인·기관 등은 일찌감치 매도
국내 증시 폭락과 함께 제약·바이오주가 초토화됐다. 대형 제약업체들이 잇따라 임상중단, 기술 수출 계약 파기를 발표한 영향이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혹독한 재평가로 이어졌다. ‘매수 추천’을 외쳤던 증권사들은 무안해졌고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피해는 눈덩이가 됐다. 다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실적보다 과도하게 떨어진 옥석가리기 작업은 필요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주 투자자들은 초겨울 날씨보다도 더 추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2일 코스피에 상장된 제약 바이오주 대다수가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의약품 업종은 전날보다 4.23% 떨어진 6880.38을 기록했다. 대장주인 한미약품은 전날보다 4.44% 떨어진 33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JW중외제약(-8.11%), 삼성제약(-6.47%), 동성제약(-6.05%)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바이오 대표주인 셀트리온은 0.28%하락하는데 그쳤지만 바이로메드(-3.31%), 휴젤(-7.66%), 케어젠(-4.41%) 등 바이오와 관련된 종목들이 큰폭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의료 정밀기기 업종에서도 인바디(-4.22%), 디오(-3.81%) 등도 동시에 폭락했다. 코스닥 지수가 이날 3.24%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바이오와 의료 정밀기기 업종이 하락을 이끌었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주 낙폭이 컸던 이유는 업종 전반적으로 재평가가 진행된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 사태로 시작된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주가 동반 폭락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6조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맺으며 제약·바이오 업종의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9월 30일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잉겔하임과 계약한 8500억원 규모 기술 수출이 해지되면서 한미약품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유한양행, 녹십자 등도 임상 실패 소식을 전하면서 제약·바이오 업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코스피 의약품 업종 지수는 한미약품 사태가 터지기 전인 9월 29일 9915.64에서 이날 6880.38로 한달 새 30.6% 하락했다. 코스닥 제약업종 지수도 같은 기간 7166.30에서 6217.10으로 13.2% 떨어졌다.
이들 업종 하락에 가장 손실을 많이 본 건 개인 투자자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들 업종을 대거 사들인 까닭이다. 올해 9월 29일부터 이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의약품 업종에 누적으로 488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4209억원, 6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제약업종에서도 개인은 136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기간과 외국인은 각각 589억원, 94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종은 그동안 신약개발,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적이 나오지 않는 종목도 주가가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에 편승해 이들 업종에 대해 매수의견을 쏟아내며 동반 상승을 부추겼다”며 “지난해 잭팟을 터뜨린 한미약품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다른 종목에 대한 주가 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약·바이오주들은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다른 종목에 비해 높았다. 한미약품 PER는 22.53배 수준이고 셀트리온은 79.43배로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 14.95배보다 많이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8위 종목인 바이로메드 PER는 4834.25에 달한다. 이는 실적보다는 성장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올랐다는 증거가 된다.
다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옥석가리기는 필요할 전망이다. 김주용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형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수많은 파이프라인들의 기술 이전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자체적으로 임상을 수행하고 해외 마케팅까지 독자적으로 가능한 시점이 올 것이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제약, 바이오 업체들의 기초 체력은 아직 견조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