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구간서 묵직, 고속주행은 아쉬워…가격 6650만원
현대자동차가 고급차 제네시스를 내세워 지난 1년간 새 고객층을 발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현대차는 고급 세단에 주행성능을 결합한 스포츠 세단 G80 스포츠를 출시했다. 고급차 수요층을 5060세대에서 젊은 층으로 끌어내리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지난 1일 제네시스가 G80 스포츠를 몰고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파주 헤이리까지 편도 53㎞ 구간을 달렸다. G80 스포츠는 소비자가 고급 세단에 기대하는 안정성과 정숙성이라는 가치에 대한 고민과 “그래도 역동적일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현대차의 노력 사이에서 뒤척였다.
G80 스포츠 외관은 고급 세단의 안정성과 그것을 창조적으로 방해하는 스포츠 세단의 역동성이 특유의 긴장을 만들어 냈다. 차량 내부에 카본(탄소섬유)을 현대차 최초로 적용하고 나서는 예기치 않은 변화뿐 아니라, 전면부 외관에 더해진 날렵한 선 역시 단순치 않았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렸다. 공차 중량만 2000㎏을 넘어서는 묵직한 차체와 잘 정돈된 하체가 노면을 충실하게 받아냈다. 5m에 달하는 전장에도 움직임은 날렵했다. 시내 주행 내내 G80 스포츠는 매끄러운 주행질감을 유지했다. 또 실내를 채운 나파가죽과 스웨이드 재질의 마감재가 차량 움직임을 은유하며 조화롭게 어울렸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자유로로 접어들자 상황은 달라졌다. 문제는 무게였다. 묵직한 주행을 뒷받침했던 무거운 차체 중량은 고성능을 발휘해야 시점에 도달해 제네시스 G80 스포츠의 발목을 잡았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고 가속 페달에 조금 깊게 발에 들이밀자 핸들이 떨렸다. 핸들의 이상한 움직임 이후 액티브 엔진 사운드(가상 엔진음과 실제 엔진음을 합성해 만든 엔진소리)가 툭 치고 나왔다. 주행모드가 컴포트일 때 반 박자 정도 늦게 반응하게 해 안정성을 더한 세팅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인위적인 액티브 엔진 소리만이 차량 내부를 가른 것이다.
스포츠 주행모드에서 맞춰 단단해진 전자 제어 서스펜션도 민첩함보단 불안한 떨림으로 이어졌다. 전자 제어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와의 조화보단 나홀로 두드러짐을 택하고 있는 탓이다. 묵직한 주행감을 만들었던 공차 중량이 고성능 앞에 무거운 짐이 되자 전자 장비는 차체를 버리고 내달렸다. 조화롭지 않았다.
제네시스가 G80 스포츠에 탑재한 엔진인 3.3ℓ 터보 GDI는 G80의 최상위 트림인 3.8ℓ GDi와 비교해 출력은 17.5%, 토크는 28.4% 높아진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의 성능을 자랑한다. 그러나 공차 중량만 2톤 넘어서는 무게를 이겨내며 민첩하게 움직이기엔 무리가 있었다.
G80 스포츠는 BMW의 신형 540i와 비교해서 무려 400㎏ 이상 무겁고, 메르세데스-벤츠의 CLS 400과 비교해도 200㎏ 이상 무게가 더 나간다. 가속성능이야 출력과 토크를 높이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지만, 핸들링이나 서스펜션, 제동 등에서 고성능 모델로의 근본적 변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전륜의 방향 전환을 후륜이 묵직하게 받쳐주는 4륜구동 특성이 G80 스포츠 불안한 민첩성을 상쇄했다. 또 중량에 의해 발생하는 롤링 현상을 측면을 부풀린 운전석 시트가 운전자를 부드럽게 감싸 편안함을 더했다. 대구경 디스크 브레이크의 제동 능력도 탁월했다. 공차 중량으로 인해 밀리는 감이 있긴 하지만 제동능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이밖에 제네시스는 G80 스포츠에 플래그십 세단 EQ900과 동일한 주행보조장치를 선택 사양으로 적용했다. 이날 주행 중 스마트센스패키지의 일환인 크루즈 컨트롤을 누르자 핸들에서 손을 떼도 차량이 차선을 유지하며 달리고 앞차와의 간격을 스스로 조절했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의 실주행 연비는 고시된 복합 연비(8.0㎞/ℓ)에서 조금 모자란 ℓ당 7.5㎞를 기록했다. 가격은 665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편 장재훈 현대차 전무는 "G80 스포츠 사전계약 고객을 확인해보니 3040세대 비중이 크게 늘었다. 또 수입차를 살까 고민하던 고객도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