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동차 업계 사업 개시…한국은 준비 단계

자료=포스코경영연구원, 그래픽=김재일 디자이너

 

전기차 중고 배터리가 배터리 값을 낮출 것을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비싼 배터리 값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을 막는 걸림돌로 여겨졌다.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주력 전기차의 중고 배터리를 기반으로 상업용·가정용 ESS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1일 보고서 ‘ESS로 이모작(二毛作)을 준비하는 전기차 배터리’를 발표했다. 이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유통이 늘면서 중고 배터리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와 동반 성장하고 있다. 2013년을 기점으로 순수전기차 판매량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추월하면서 배터리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기차 1대당 배터리 용량도 늘고 있다. 주행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증대, 기술 향상에 따른 에너지밀도 증가, 가격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GM 볼트, 테슬라 모델3 등 2세대 전기차들 역시 차량 1대당 배터리 기본 용량을 60KWh 이상으로 설계하고 있다. 

또 중고 배터리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협회(BEE)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누적 기준 1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간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는 중고 배터리 거래가 활성화되면 관련 시장 규모가 지난해 1600만달러(약 183억원)에서 2035년 30억달러(약 3조4326억 원)로 200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BEE, 미국 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등 신재생에너지 연구기관들은 7∼15년 사용한 중고 전기차 배터리도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사용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용량이 저하된 배터리는 주행거리를 감소시키는 등 전기차 용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ESS용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ESS용으로 용도 변경 시 최대 10년 이상 연장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유명 자동차들은 이미 중고 배터리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사들은 배터리 리스·교환 등 전기차 판매와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중고 배터리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수항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재생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테슬라, 닛산, BMW 등 해외 대형 자동차사들과의 긴밀한 협업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배터리 확보, 운행 정보 등 비용 최소화를 위한 핵심 정보의 상당 부분을 자동차사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재생 배터리의 보급 및 활용 확대는 ESS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배터리 비용의 문턱을 더욱 낮춰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닛산은 2014년부터 구형 리프 배터리 반납 조건으로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24kWh 반납된 배터리에 대해 1000달러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사업모델은 가정용·상업용 ESS 제작 판매다. 닛산은 올해부터 영국 전력 관리 기업 이튼 에너지와 협력해 가정용 ESS ‘xStorage’를 제작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xStorage는 닛산이 판매중인 전기차 리프(Leaf)의 중고 배터리 모듈 12개를 재가공해 ESS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과 연계한 전기 저장과 UPS 기능을 결합시킨 제품을 초기 타깃으로 설정하고 이후 사업 모델을 확장할 계획이다. UPS는 정전시 비상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다.

BMW은 올해 6월 중고 i3 배터리를 활용한 가정·상업용 ESS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GM, 도요타, 다임러 등 다수의 유명 자동차사들이 비슷한 사업을 시행 또는 준비 중에 있다.

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중국, 미국 등에 비해 더디게 성장하고 있어 7~10년 뒤 활용 가능한 배터리 유통량도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약 4300대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2020년 목표인 20만대 달성이 어려운 형국이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860대) 대비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을 주도하는 전기차 모델 부재로 재생 배터리 가공비 최소화를 위한 기본 요건인 ‘단일 차종’ 공급 기반 형성도 아직 요원한 상태다. 올해 1~5월 국내 모델별 판매량은 19대~235대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기간 미국에서는 모델 S, 리프가 각각 8400대, 4700대 팔려나갔다.

정부 및 지자체 중심의 사업 지원과 인프라 구축 계획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사업 지원과 관련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 하고 있으나, 대부분 기획 또는 준비단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사업성 확인 또는 실질 효력 발생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향후 ESS 사업의 핵심 경쟁력은 패턴 정밀 분석 등 소프트웨어적인 영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관련기업들은 고객별 사용 패턴 및 수요 예측에 기반한 맞춤형 ESS 설계 능력, 사업모델의 다양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역량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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