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관계자, "늘 그랬는데 뭐가 문제냐"

28일 오후 강원 홍천 대명 비발디파크에서 2016 대명컵 국제 승마 대회(CSI3*)가 열리고 있다.'CSI(Concours de Saut International, 국제장애물대회)'는 대회의 규모를 알리는 국제승마연맹 규정으로 ‘CSI1*’부터 최대 규모인 ‘CSI5*’로 나뉜다. / 사진=뉴스1

 

“승마 국제대회에 꼭 참가해야 하는 선수는 없지만 있을 것 같아서 (문체부에)예산을 요구했다. 참가선수 수요라니 무슨 수요조사를 말하는지 모르겠다.”

 

31일 대한승마협회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을 요구한 경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대한승마협회(이하 승마협회)가 참가 선수 수요조사도 하지 않은 채 내년도 세계선수권대회와 기타 대회에 참가할 선수에 지급되는 문화관광체육부 예산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체부에 내년도 국제대회 참가 예산을 신청한 스포츠종목 41개 중 참가 대회 이름도 언급하지 않은 채 예산을 요구한 건 승마종목 뿐이다.

승마협회는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편성한 뒤 무계획적으로 공문을 보내 참가선수를 선발해왔다. 승마선수들 입장에선 경기일정에 맞춰 훈련을 하거나 학업계획을 세우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승마협회의 주먹구구식 예산 요구는 관례적으로 묵인돼왔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늘 그렇게 해왔는데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승마협회 “예산 있어도 개최국 초청장 안 오면 못 간다”

문체부는 4월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별 체육단체로부터 내년도 국제대회 참가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 받았다. 승마협회는 독일에서 9~10월 열리는 승마대회에 참가하는 명목으로 정부에 1150만원을 요구했다.

그런데 승마협회는 참가 선수 수요조사도 거치지 않은 채 아무 대회 중 하나를 골라 참가하겠다며 예산을 요구했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주먹구구식 예산요구에 대해 “승마는 국제대회가 매우 많다. 그 중 아무거나 골라서 써넣고 문체부에 예산 요구서류를 제출했다“고 인정했다. 경위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자격미달로 해당 경기에 참가할 수 있을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승마경기는 상금규모가 낮은 순서대로 CSI1*~CSI5*까지 다섯 개로 나뉜다. 하지만 승마계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국제대회에서는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CSI5*는 선수들이 (수준 미달 탓에) 많이 못나가고, 1이나 2를 많이 나간다. 3이상 신청하더라도 주최국에서 승인을 잘 안 해줄 거다. 국제대회만의 기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가할 수 있는 경기는 내년이 돼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때 가서 문체부에 예산을 신청하면 주지 않기 때문에 일단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만일에 선수가 한명도 안 나가면 안 보낸다고 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승마협회 “일정 나오지 않아서 아무 경기나 넣었다” 문체부 “1순위부터 요구해야”

문체부에 예산을 요구하는 시점은 일년 전 4월이다. 승마협회는 일년 전에는 경기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서 대회를 특정해 예산을 요구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도 일년 후 대회 참가 여부를 확정짓는 것은 어렵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참여할지 여부조차 불확실한 경기에 예산을 편성해주겠다는 건 아니다. 적어도 꼭 지원받고 싶은 경기에 대해 최소한의 수요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문체부 내부규정에 따르면 각 기관은 1순위로 참여해야 할 대회를 우선으로 선수규모와 필요 예산 경비 등을 조사해 문체부에 보고해야 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각 단체에서 꼭 지원받고 싶은 경기 순서대로 예산을 요구한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일년 후엔 상황에 따라 참가 경기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4월에 예산요구서를 받는 이유는 최소 수요를 파악해 예산 규모를 확정짓기 위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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