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땅 담보로 하나은행 독일 법인서 25만유로 대출…KEB하나은행 "일반적 거래" 주장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 중심에 있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순실 딸 정유라 씨가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국내 시중은행에서 외화지급보증서와 외화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순실 특혜 논란이 금융권으로 퍼지고 있다. 정 씨가 외화지급보증서를 받았을 당시 정 씨 나이는 19살이었다. 이에 은행이 정 씨에게 준 신용장이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특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은 지난해 12월 8일 정 씨에게 강원도 평창 일대의 땅 23만㎡를 담보로 약 28만9200유로(한화 약 3억6000만원)까지 보증하는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했다. 이 땅은 정 씨와 최 씨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정 씨는 이 보증서를 가지고 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25만유로(한화 약 3억2000만원) 대출을 받았다. 압구정중앙지점에서 평창 토지를 담보로 독일법인에 지급보증을 서면 독일 법인이 이 보증서를 바탕으로 대출을 진행한 것이다. 정 씨와 최 씨는 이 돈으로 독일에서 호텔, 주택 등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씨가 받은 대출이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지는 대출이라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진출 기업들에 끊어주는 이 신용장을 19세 개인에게 준 것 자체가 의문"이라며 "정 씨가 10대였기 때문에 채무변제능력이나 재산상황을 확인할 때 최순실 씨가 누구인지도 분명 확인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담보가 있더라도 19세 개인에게 이러한 방식의 대출을 결정한 부분도 의외"라며 "다만 은행마다 기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보증서를 지급했다지만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10대였던 정 씨에게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한 것과 관련해 일반적인 거래로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이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해준 고객은 6975명이다. 이 중 개인고객은 802명(약 11.5%)이다. 외화지급보증서 발급을 기업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다만 하나은행은 보증서를 발급해준 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화지급보증서는 기업, 개인 발급이 모두 가능하다"며 "연령과 상관없이 그 사람의 채무변제능력, 재산상황 등 채권보증능력을 주로 본다. 일정 기준만 넘어가면 (나이는) 크게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감원이 다 확인한 사항"이라며 "취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으면 벌써 드러났을 것이다. 과정상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 씨 채무능력이나 신용도를 취급했던 과정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을 보고 그런 게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며 "개인신용정보법에 의해서 (정 씨 변제능력) 취급 경위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라 한국은행으로부터 발급받은 보증계약신고필증을 발급받아 적법하게 외화지급보증서를 발행했다"며 "본건과 관련해 취급된 대출도 자금용도에 맞게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최순실 딸 정유라 씨는 지난해 평창 일대 땅 23만㎡(사진)를 담보로 약 28만9200유로(한화 약 3억6000만원)까지 보증하는 외화지급보증서를 하나은행으로부터 발급받았다. / 사진=뉴스1

 


또한 일각에선 독일에서 정 씨 대출을 처리해준 당시 하나은행 독일법인장 이 씨가 올 1월 국내로 복귀한 후 연이어 승진을 거듭한 것에 최 씨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씨는 올 1월 핵심지점인 삼성타운지점장으로 복귀했다. 2월에는 글로벌담당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정무위원회 예산심사에서 "당시 프랑크푸르트 법인장 이모 씨가 올 1월 한국으로 오면서 임원급으로 승진했다"며 "조력자로 의심되는 이가 인사특혜를 받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하나은행은 단순한 의혹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 독일법인장은 1962년생으로 해외근무 경력이 풍부하고 우수한 영업실적과 뛰어난 업무 추진력 등을 고려해 적정한 임원 선임 절차를 거쳐 임원으로 선임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전체이익 중 글로벌사업 이익비중 40% 달성이라는 전략목표를 대외적으로 발표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사업부문 강화를 위해 지난 2월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 영업 1,2본부를 신설했다"며 "또 현직임원 중에서도 해외 지점장 및 법인장으로 재직 중 임원으로 승진한 사례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순실 사태가 금융권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에 시중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내부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발생한 최 씨 일가 금융거래와 관련해 현재까지나온 것은 없지만 혹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은행 내부에서 최 씨 대출 등 거래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 씨 은행 거래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고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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