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승진 위해 본격적 승계 작업 돌입할 듯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월 서울 삼성 서초사옥 1층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에서 주요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다음 단계인 지배구조 개편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은 등기이사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 승진을 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본격적인 속도가 붙을 것으로 재계에선 바라보고 있다.


지난 27일 등기이사에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의 첫 행보는 미국행이었다. 최근 지배구조 개편 등 제안을 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접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주주 엘리엇은 5일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30조원 특별배당을 실시할 것과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갤 것을 제안했다. 이중 삼성전자 분사 요구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고민하던 문제로 삼성에겐 당근과도 같은 제안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되자마자 엘리엇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바로 지배구조 문제를 빠르게 처리하려는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등기이사가 된 이재용 부회장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이재용의 삼성 시대를 열기 위해선 회장 승진을 해야 하는데 승진을 하려면 우선 지배구조 개편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끊임없이 요구사항을 전하고 있다. 존 폴락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29일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삼성 지배구조와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로선 엘리엇이 요구한 30조원 특별배당 제안을 물리치고 지배구조 개편만 하기는 쉽지 않다. 네덜란드 연기금 등 또 다른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 때문이다. 처음엔 엘리엇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결국 시간이 지나며 신중히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함께 그의 회장 승진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진 이건희 회장이 살아있는 시기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살아있지만 경영공백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등기이사 이재용이 회장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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