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무겁고 자전거 도로 못 다녀
자동차 부품회사 만도가 출시한 전기자전거 '풋루스(footloose)'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풋루스의 자전거 도로 운행이 금지됐고 휴대하기 어려운 무게와 비싼 몸값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4년 전 '제2의 딤채'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체인없는 전기자전거 풋루스를 출시한 만도의 꿈도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개인이동수단 시장은 촉망받는 분야다. 만도는 2009년 지식경제부 국책과제로 전자제어장치(ECU)와 발전기(알터네이터)를 개발했다. 만도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이동수단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2년 전기자전거 풋루스의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도는 브레이크와 충격흡수장치 등을 만들어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BMW, 폴크스바겐 등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다. 자동차부품회사가 개발한 전기자전거답게 풋루스는 엔진에 모터와 배터리를 추가하는 일반적인 전기자전거와 다르다. 만도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ECU(전자제어장치), CAN(정보통신장치)을 적용해 자동차 수준의 자전거를 만들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만도 풋루스가 대중화까지 갈 길이 멀었다고 보고 있다. 출시 당시 비싼 가격(400만원대)과 해당 수리점까지 가야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다. 만도는 가격을 대폭 내리고(286만원) 무상 점검 이벤트를 열고 있지만 전기자전거의 근본적인 불편함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풋루스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전기자전거 특유의 무거운 무게가 한계라고 입을 모은다. 풋루스는 2~3 시간 충전으로 약 4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기 배터리가 방전되면 자전거는 사용자에게 짐이 된다. 풋루스 무게는 약 22㎏로 휴대하기엔 버겁다.
지난 28일 오전 10시 신사에 위치한 풋루스 직영 판매점 ‘카페 풋루스’에 방문했다. 입구엔 만도 풋루스 홍보 입간판과 풋루스 한 대가 서있었다. 입구에 설치된 풋루스는 누구나 시승해 볼 수 있다. 풋루스에 앉아보니 안장 높이가 낮아 체구가 작은 사람들도 쉽게 운전할 수 있을 듯 했다.
카페 풋루스 왼쪽에는 풋루스 구매와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는 카페 풋루스의 점장이나 만도 마케팅팀 직원이 상주 중이다. 매장에는 다양한 모델이 있었다. 직원은 이곳(카페 풋루스)은 바퀴에 바람을 넣는 등 간단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풋루스를 실제로 들어보니 보기와는 다르게 무게가 상당했다.
풋루스 아이엠을 구매한 유창우(26)씨는 “다른 회사 자전거보다 가볍다고 생각해서 구매했지만 들고 다니기엔 무겁다”며 “비싼 가격을 주고 샀지만 잘 사용하지 않아 중고로 팔 예정”이라고 말했다.
풋루스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도 없다. 내년 시행 예정인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다.
행정 자치부에 따르면 적용 대상은 자전거 페달을 돌릴 때 모터로 동력을 보조하는 파스 방식, 최고속도가 시속 25㎞ 미만, 차체 중량이 30㎏ 미만인 전기자전거다. 반면 전동기 힘으로 작동되는 스로틀 방식 또는 스로틀과 파스를 겸용하는 듀얼 방식은 현행처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 듀얼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만도 풋루스는 내년에도 자전거도로 통행 금지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상오 만도 마케팅 담당자는 “자전거도로가 아닌 자동차 도로 갓길로만 다닐 수 있다”며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전기자전거에 대한 규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