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눌린 서민들, 세금낼 여력 없어…법인세 인상해야"

내년도 예산안 심의기한이 한달여 남은 12월 3일로 다가왔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본지는 세입·세출 전문가를 만나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관련 의견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 사진=신승근 교수 제공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두루 거치며 세금실무를 섭렵한 ‘세금의 달인’이다. 국립세무대학 내국세과를 졸업하고 국세청에서 근무하며 세무행정을 경험했다. 10년간 국회의원 정책·입법보좌관으로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활약했고 국회 정책연구위원으로서 기재위 조세법 심의·토론 과정에 참여했다.

 

신 교수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세법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의 이면에는 “개인과 법인의 전쟁이 도사리고 있다”며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직장인 절반 이상이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한다. 서민들은 세금을 더 낼 여력도 없다. 법인세 인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승근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년도 나라살림이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확장재정 필요한가?

민간부문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탓에 경제성장을 정부지출에 의존해왔다는 얘기다. 1분기 경제성장률에서도 정부지출 기여분인 재정기여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소비,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재정을 확장적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기조에 동의한다. 



나라살림이 매년 늘고 있는데, 한국의 재정건전성 안심할 수 있나?

가계살림을 하더라도 수입이 있어야 지출을 한다. 그런데 9년째 균형재정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MB)정부때 연평균 21조원 수준이던 적자국채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30조원을 넘어섰다. 재정건전성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반드시 개편해야 할 문제적 세제는?

3대세목인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중 가장 문제되는 것은 법인세라고 본다. 역대 정부는 세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법인세 실효세율을 낮춰왔다. 2012년 200억원 초과 기업은 25%에서 22%로 인하했다. 


법인세를 인상했다면 굳이 이렇게 많은 적자성 채무를 지지 않았어도 됐다. 비효율적인 국가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세수로 확보했어야 할 돈은 기업의 현금성자산으로 묶였다. 이제는 법인세 인상이 안 되면 본질적 문제가 해결 안 되는 시점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올해 8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20조원이 넘는 세수가 추가로 걷혔고 9월에도 1조원이 더 걷혔다고 한다. 내년에 세금을 더 걷으려고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명분은 약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법인세수가 많이 걷힌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년에도 법인세 호조 유지될까?

예산정책처에서는 부동산경기 호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시장이 호조이면 기업의 자본이득이 증가해 법인세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정확한 원인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수입이 늘거나 지출이 줄거나 둘 중 하나다. ​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좋지 않다. 지난해보다 30%가까이 떨어졌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도 상황이 좋을리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도 법인세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엔 이르다.  


일각에서는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법인세 인상 시 재정의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축효과는 법인세가 낮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근로소득세인상과 담뱃세인상 때문이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됐다. 그 뿐만 아니라 법인세인상과 경기위축 간 상관관계는 입증된 적이 없다. 법인세를 올린다고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 없는 기우다.

또한 구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중소기업이 받을 엉향은 달라진다. 500억원 이상에 대한 3%인상하는 방안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영업이익이 매출액의 10% 정도라고 본다면, 실제 매출은 약 5000억원 이상이 되므로 중소기업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법인세 인상 이외에도 주목할 세제개편 이슈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0:20인데, 진정한 지방자치제를 구현하려면 지방세 비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 지방세원을 늘려주지 않으면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사무를 지방에 이양해왔기 때문에 지방세를 확충해줄 필요가 있다.


세출측면에선 어떤가? 


재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저성장고착화, 저출산, 청년일자리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사업을 찬찬히 뜯어보면, 들인 돈에 비해 실효성이 너무 낮다. 예산규모도 중요하지만 사업 성과평가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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