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실적 평가에만 치우치면 과당 경쟁, 불완전 판매 발생"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7일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필수 전제조건으로 공정한 성과평가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 사진=뉴스1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수 전제조건으로 공정한 성과평가체계를 꼽았다. 실적 평가에만 치우칠 경우 단기 성과를 위해 고객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과당 경쟁, 불완전 판매 발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웅섭 원장은 27일 오후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은행 성과주의 제도 운영실태' 세미나에서 "업무 성과가 보상체계에 적절히 반영되는 공정한 성과연봉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며 "고객 만족도와 같은 다양한 질적 지표와 영업실적 등 계량지표에 적절한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진 원장은 이어 "최근 과도한 경쟁체제에 따라 유령계좌 개설, 신용카드 부당 발급 등이 문제가 된 미국 은행 '웰스파고' 사태가 있었다"며 "이 같은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은행은 펀드 판매 시 판매수수료를 선취하기 때문에 고객 수익 극대화나 포트폴리오 다각화보다는 '잦은 갈아타기'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경쟁만 고려해) 고객 신뢰를 저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진 원장은 성과연봉제 도입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그는 "은행 영업환경 변화 속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은 필요하다"며 "저금리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국내 은행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금융플랫폼 변화가 커지면서 은행이 사라질 수 있다는 과격한 예상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례없는 금융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 경험과 노하우에 대한 가치보다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바탕에 둔 성과연봉제가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된다"고 전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진 원장이 말한 웰스파고 사태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하 회장은 "웰스파고 사태는 성과연봉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며 "잘못된 성과 측정기준과 독리된 검사 조직 등 불완전 판매에 대한 관리, 감독 미비로 인한 경영 실패에 기인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은행권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불완전 판매와 과당 경쟁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호봉제 하에서도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우려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공, 서열에 따른 임금체계인 호봉제는 구성원 성과와 능력과 무관하게 매년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라며 "경직적인 비용 증가로 경기변동에 대한 은행의 대응력을 저하시키고 직원 능력개발과 성과달성 의욕을 저하한다"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호봉제로 인한 조직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은행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올리비에르 리카유 BNP파리바은행 태평양·아시아지역 성과보상담당 최고임원은 "성과연봉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사와 직원 간 소통문화 확보,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평가 기준 제시, 저성과 직원에 대한 교육 지원"이라며 "직원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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