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행정 양면으로 허술한 고시원

서울시 동대문구 소재 고시원의 입구. 외부인 출입을 방지하는 출입 잠금 장치가 없다. /사진=박견혜기자

 

저렴한 임대료로 인기를 끄는 무보증 고시원이 여전히 시설 안전 면에서 많은 허점을 안고있다. 그간 지적되어온 소방 안전 부분 개선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고시원은 보증금을 받지 않는 무보증 고시원이다. 무보증 원룸은 말 그대로 보증금이 없는 셋방이다. 임대료는 평균 20만~30만 원으로 서울 평균 원룸 임대료 48만원보다 싸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일반 원룸과 달리, 무보증 원룸은 한 달 기준으로 계약이 갱신된다. 계약은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입주 예정자가 주인과 직접 체결한다. 무보증 원룸은 일반 보증 원룸에 비해 입주와 퇴실이 자유롭다. 다만 무보증 고시텔에 입주하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위험이 있다.

 

​소방법 위반으로 높은 화재 위험


고시원은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된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고시원 화재·재난 안전 내용을 규정한다. 고시원 소방 규제의 내용은 이렇다. 방과 방 사이 복도는 1500㎜ 이상, 방과 벽이 면할 경우엔 1200㎜ 이상이어야 한다. 고시원 바닥에 피난 유도선을 확보해야 한다. 5층 이상은 외부랑 직통으로 연결되는 외부 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화재 시 피난을 위해 750㎜ X 1500㎜ 크기의 피난 전실을 확보해야 한다. 각 실에 비상 조명과 소화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소방 안전 조건이 있다.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지킨 고시원만 합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법적인' 고시원은 드물었다. 기자는 동대문구 소재 대학 주변 무보증 고시원 8곳을 현장 답사했다. 그중 5층 이상 고시원은 2곳이었다. 5층 이상 건물에는 외부 직통 계단이 따로 설치돼야 하지만, 두 곳 모두 외부 계단이 없었다. 특히 5층 이상 건물은 완강기 대신 외부 피난 계단을 권장해, 외부 계단이 없는 곳의 세입자들은 화재가 난 급박한 상황에서도 내부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방문과 방문이 맞부딪히는 복도 너비는 1500㎜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이 규격이 지켜진 곳은 4곳뿐이었다. 나머지는 1200㎜에 불과했다. 성인 두 명이 나란히 서자 통로가 꽉 들어찼다. 통로가 좁으면 화재 시 입주자 전원이 통로로 몰릴 경우에 원활한 대피가 어렵다. 바닥 유도선과 피난 전실 또한 전무했다. 어두운 내부에서 탈출을 이끌 표지가 없는 것이다. 외부 탈출이 어려울 경우 내부에 숨을 공간도 없는 것이다. 방 한 칸이 아쉬운 그들에겐 '화재 시'라는 특수한 상황에게 양보할 장소적 여유는 없어 보였다. 

이에 대해 한국고시원협회 관계자는 “소방서가 확인하고 소방시설법(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은 고시원에 허가를 내준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소방 시설이 미비한 곳이 많다고 반문하자 “옛날 고시원은 해당 사항이 아닌 걸로 안다”고 답했다.


한 고시텔의 공용 화장실. 별도의 잠금 장치가 없다. /사진=박견혜 기자


​잠금·보안 장치 없어 범죄에 취약

 

허술한 치안도 문제다. 기자가 방문한 고시원의 8곳 중 4곳의 입구에 외부인 출입을 막는 전자 도어록(door-lock)이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해당 층에 내리면 곧바로 입주자 생활 공간이 나오는 곳이 절반이었다. 만인이 엘리베이터에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시원 방문 바로 앞까지 외부인이 드나들 수 있는 것이다. 

 

화장실이 외부에 설치된 곳도 2곳이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개방 화장실을 “해당 시설물 또는 업무의 특성상 보안 또는 안전 관리가 필요하여 일반 공중이 출입하기에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정의한다. 즉, 고시원 입주자 전용 화장실은 일반에 개방된 화장실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고시원 입주자의 공동 화장실 모두 별도의 잠금장치 없이 개방되어 있었다. 입주자 전용 화장실이었지만 외부인 사용을 막을 길이 없었다. 몰래카메라 등의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다. 

행정상의 과제도 있다. 기자는 고시원 주인들에게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의 가능과 필요 여부를 물었다. 대부분 답은 비슷했다. “가능하지만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전입신고 필요를 부정하는 주인들의 논리는 이렇다. “보증금 떼일 일이 없는 무보증 고시원인데 무슨 전입신고냐”는 말이다. 하지만 준주택으로 분류된 고시원에서 전입신고는 중요하다. 

2016년 세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고시원 입주자도 세액공제 대상자가 된다. 연간 총 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이며 무주택자라면 모두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단, 전입신고를 했을 경우에 해당한다. 더불어 세입자가 챙겨야 할 것은 임대차 계약서다. 통상 고시원 계약은 표준 계약서인 임대차 계약서가 아니다. 보통 고시원 자체에서 제작한 계약서를 통해 계약한다.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표준 임대차 계약서로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이에 대해 공인중개업자는 통상 고시원에서는 주인이 임의로 만든 계약서를 사용한다그건 표준 계약서는 아니다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고 싶을 경우에는 주인과 합의하에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답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