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부터 지배구조 개편 압박까지 해답 내놔야 할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27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선임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주한 난제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난제를 돌파하고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 부회장은 당장 갤럭시 노트7 사태에 따른 후유증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는 갤럭시 노트7 사태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3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47조8156억원. 영업이익 5조200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29.7% 감소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 & 모바일)부문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2조4000억원에 비해 96%나 급감했다.

 

사태 수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발화 원인 찾기다. 이번 사태가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발화 원인을 찾지 못할 경우 이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하지만 단종 이후 상당 시간이 흘렀음에도 삼성은 여전히 발화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권오현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모든 인원이 매달려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등 사고에 대한 원인 파악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원인이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신종균 사장도 발표문을 통해 "자체 조사뿐만 아니라 미국 UL 등 국내외의 권위 있는 제3의 전문 기관에 의뢰해 해당 기관에서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와 주주 등에게 신뢰를 줄만한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는 삼성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배력 강화 과정에서 각종 편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이 같은 사회적 요구를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되며 국회에선 야당의 경제민주화 법안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선 재벌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을 억제할 각종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이다. 특히 계열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법안과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구 삼성물산 주식 저평가 논란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또 이에 따른 순환출자 강화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처분 명령을 받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중 일부를 삼성생명공익재단에 넘겨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엘리엇이 지난 5일 제안한 지배구조 관련 요구 사항에 대하여 다음 달 내 의견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30조원 특별배당, 나스닥 상장,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삼성 측 답변이 나올 경우 이를 통해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 방향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수도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실질적 삼성 총수로서 미래 먹거리 창출 등 경영능력 입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건희 회장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그룹 전면에 나선 후 삼성은 바이오와 전장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상당기간 축전된 기술 노하우가 필요하고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게 재계의 평가이다. 

 

결국 총수가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각종 인수합병(M&A) 등의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부회장도 이날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회사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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