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재무상태 여전히 부담…영구채 불발시 유상증자 가능성도 주가 압박
대한항공이 3분기 실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내 자금 블랙홀이던 한진해운과의 관계가 끊어졌음에도 악화된 한진그룹의 재무 상태가 여전히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호실적에도 영구채 발행에 실패하면서 향후 유상증자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26일 대한항공은 전일 대비 2.37%(750원) 하락한 3만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해놓고도 하락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대한항공 주가는 약세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분기 호실적에도 지금까지 누적된 재무 부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25일 공시를 통해 별도기준 3분기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난 4476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지난 22010년 3분기 기록한 4165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치다. 매출액도 4.7% 늘어난 3조568억원으로 늘었다.
이번 실적으로 대한항공은 재무위험과 불확실성이 해소했다고 자평했다. 한진해운과 관련된 손실은 3분기 3966억원이 반영됐음에도 영업이익의 호조는 부각될만한 수준이다. 또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됐던 부채비율은 1109%에서 917%로 내려갔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영업외손익에서 한진해운 관련 추가 손실이 반영됐지만 외화환산이익으로 4280억원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도 흑자전환했다"며 "주목할 점은 한진해운 관련 손실을 반영해 관련 자산을 0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영업실적 호조에도 대한항공을 매수하는데 망설이고 있다. 일단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알려진 영구채 발행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30년 만기 3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진행했으나 발행 조건 문제로 일정을 보류한 상태다.
지난달 영구채 발행에서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에 불안감을 보이며 높은 금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리스크가 가라앉은 뒤 영구채 발행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었다. 일단 영업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발행 환경은 나아진 셈이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항공여객 수요는 올해 4분기는 물론 2017년까지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조만간 재추진될 3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이 시장의 신뢰도 개선과 주가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영구채 발행에서는 은행 보증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신용도가 높은 국책은행의 보증을 확보할 경우 발행금리를 상당히 낮출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지난해 수출입은행 보증으로 발행한 영구채는 최종금리 2.51%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 신용등급은 BBB+로 정크 수준 바로 직전인 대한항공은 자체 신용으로는 금리를 낮추기 쉽지 않다.
대한항공이 보증은행을 구하지 못할 경우 영구채 발행은 높은 금리 부담에 현실성이 떨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최악의 경우 유상증자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증권 투자 업계 관계자는 "영업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보이면서 본업에서의 실력은 입증했으나 남아있는 재무 부담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과제"라며 "최악의 경우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