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투자 늘려 공급과잉 가능성 상존…차세대 고부가 시장은 일본과 유럽 업체가 선점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반도체 업계가 신기술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대응이 늦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26일부터 열린 반도체 대전(SEDEX) 부대행사로 진행된 ‘차세대 반도체 기술 및 시장 전망 세미나’에선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이 반도체 시장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우선 반도체 수요는 모바일 기기 포화상태로 잠시 주춤하다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데일 포드(Dale Ford) IHS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시장은 40년 동안 평균 4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거쳤고 2016년 3분기부터 다시 하락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면서도 “장기 시장 매출 그래프를 보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도 점진적인 성장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계 시설과 자동차, 가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반도체 부품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됐다. 동영상 데이터 수요 급증으로 인해 IT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 센터 용량이 늘고 자율주행차, 홈IoT 등이 유망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당장보다는 몇 년 뒤 수익을 얻게 되는 설비 투자는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을 한국 업계가 누릴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신중론이 제기됐다. 포드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현재 전세계 반도체 수요의 5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 정책으로 2025년까지 완성품 제조에 쓰이는 반도체 70%를 국내에서 수급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과잉 공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투자에 힘입은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를 쏟아내면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서 한국 업체 등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신흥국이 추격하기 힘든 고부가가치 산업은 일본과 유럽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카메라 등 시각(optical) 센서 분야에선 일본 소니가 독보적이다. 소니는 현재 차량용 이미지 센서 분야에서 41%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각 센서는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 간 거리나 차량 근처 장애물 측정하고 위험을 감지하는 ADAS를 적극 도입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에는 전후좌우로 12개 카메라가 부착될 것으로 예측된다.
비시각 센서 분야는 전동드릴로 유명한 보쉬(Bosch)가 19%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래픽 카드로 유명한 엔비디아는 자율차용 칩셋(chip set)을 내놔 주가를 110% 올렸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30위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향후 전망도 밝지는 않다. 권성률 동부증권 팀장은 차량용 반도체가 제품을 개발하고 제품 인증을 받는 기간이 8년 정도로 기존 반도체보다 길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침투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팀장은 “차량용 부품은 사용주기가 스마트폰보다 길고 혹서 같은 날씨 변화에도 견뎌야 하는 데다 사람 생명과 직결돼 상당히 보수적인 시장”이라며 “그나마 LG전자가 GM에게서 수주를 받아 2조 7000억원 연매출을 내고 LG화학이 베터리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업체 1위로 뽑히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율주행차에서 현재 한국 기업이 강한 디램이나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 권 팀장은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자체 역량을 메모리보다는 비메모리에 쏟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