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협설 수면 아래로…지배구조 개선 동력 얻었지만 계열사 상장 성공은 장담 못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경영쇄신안 발표에 앞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뉴스1

 

롯데홀딩스 이사들이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을 재신임했다. 일단 경영권 위협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롯데홀딩스는 26일 오전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사옥에서 9시30분부터 정오까지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번 이사회는 한국 검찰 수사로 정기 이사회가 순연된 끝에 열린 것이다. 자연스레 신 회장의 대표직 수행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을 제외한 이사진들은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직무를 계속할 것을 결의했다. 앞서 신 회장은 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일본인 이사진들에게 한국 검찰 수사와 불구속 기소에 따른 상황 등을 설명했다. 그는 전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경영쇄신안 발표 직후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이사진들에게 불구속 상태로 경영에 문제가 없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와야 유·무죄를 따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이사회는 이날 신 회장 입장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법률가 등 외부 전문가를 불러 기소 내용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청취해 결론을 내렸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등 일본인 이사진들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회장을 적극 지지한 바 있다.

 

롯데홀딩스는 향후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준법경영(Compliance)을 한층 강화하기로 하고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이사회에 준법경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일본 롯데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쇄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앞서 25일 자신을 포함한 총수일가 5명이 경영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데 대해 사과하고 대대적인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경영쇄신안 중에는 회장 직속으로 준법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 롯데 준법경영위에는 법률가를 중심으로 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전날 행사에서 "변화된 사업 환경과 사회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홀딩스 일본인 경영진들의 재신임으로 신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한층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순환 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도 한 바 있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한국 롯데 대한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줄이는 것이고 그 핵심에는 호텔롯데 상장이 있다. 현재 한국 롯데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주주구성은 롯데홀딩스 19.07%, 광윤사 5.45%를 비롯해 일본계가 99.28%에 달한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후 이 같은 주주구성이 드러나자 롯데는 '일본계 회사가 아니냐'는 국적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당시 "롯데는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해명하며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계 지분을 절반 가까이 줄인다는 게 애초 복안이었다. 신 회장 개인으로서도 최종적으로 한국 롯데를 직접 지배하는 방향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서는 대기업 총수일가임에도 불구하고 롯데홀딩스 지분이 1.4%에 그치는 등 지배력이 높지 않다. 

 

더욱이 롯데홀딩스가 비상장 회사로 주요 주주가 일본인 경영진의 통제하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당시 '구속될 경우 일본인 경영진들에 의해 해임될 수 있다'는 위기설이 재계를 중심으로 돌기도 했다. 하지만 전사적으로 추진하던 호텔롯데 상장은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며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롯데홀딩스 일본인 이사진들이 신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준 만큼 내부적인 동력은 일단 확보됐다. 더욱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져 롯데홀딩스 흔들기 동력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다.

 

물론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통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검찰 수사로 그룹 내 수천억 원대의 횡령·배임 혐의가 적발돼 총수일가 5명이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호텔롯데와 관련해선 신격호(94) 총괄회장이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판 혐의(배임)와 호텔롯데가 지분을 보유한 대홍기획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드러났다.

 

상장을 위해선 거래소의 질적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질적 심사는 구체적으로 기업지배구조, 내부통제제도, 특수관계 거래 등에 비춰 경영투명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상장을 신청할 경우 질적 심사 항목들에 맞는지 세부적으로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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