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간 거리 16m 아파트도…일조권·사생활 침해 우려까지
서울시 성동구 아파트에 사는 박아무개씨(37)는 밤마다 본의 아니게 관람객 신세다. 동간 이격 거리가 짧아 앞 동 주민의 생활 모습이 보인다. 특히 밤에 실내 조명이 밝아지면 집안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전방으로 난 베란다 창 때문에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 박 씨는 “상대의 집이 보이는 만큼, 상대도 내 집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생활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공동주택 동간 거리가 짧아 주민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적정 동간 거리를 70~80m로 본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아파트 단지가 부지기수다. 인천 청라 분양 아파트 단지의 동간 거리는 16m다. 세종시 2-2생활권 분양 예정 아파트도 동간 이격 거리가 30m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2030서울플랜'과 '한강변 기본관리 계획'에 따라 주거용 건축물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다. 즉, 최고 35층 높이의 아파트가 언제든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높은 층수와 짧은 동간 거리는 필연적으로 다른 동에 높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해가 가장 짧은 동지(冬至)를 기준으로, 앞 동이 35층이고 뒤 동이 20층일 경우에 동간 이격 거리가 75m는 돼야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다(층높이 2.7m 기준).
서울시가 2009년 건축조례를 개정하면서 동간 거리가 짧아졌다. 개정 이전에는 같은 대지에서 두 동 이상 건물이 서로 마주 볼 때 건축물 높이의 1배 이상 거리를 두고 배치해야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0.8배로 하향 조정했다.
이격 거리 16m 아파트 시공업체 관계자는 "아파트는 규정대로 지어졌다. 건설 전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규정에 저촉된 부분은 없다. 아파트가 저층이다 보니 일반 고층 아파트와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투기적 투자자야 이격 거리를 상관하지 않지만 실거주자들은 동간 거리를 중시한다"며 "동간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단지 내 조경이 어렵고 일조권과 사생활 침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