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밸류10년투자·하나UBS인Best연금 등…주가 오른 IT·금융관련 대형주 편입비중 낮은 탓

국내 판매 상위권 펀드의 최근 수익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뉴스1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펀드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국내외 증시가 오름세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들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소비재 위주로 구성된 이들 펀드가 IT, 금융 관련 대형주 위주의 장세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펀드 투자 역시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한 만큼 투자 철학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자랑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가 올해는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는 가치 투자자로 알려진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최고투자책임자(CIO)로서 공을 들인 펀드다. 운용 햇수만 10년이 넘었다. 이 기간 누적 수익률만 156.79%를 기록하며 스타 펀드 반열에 올랐다. 지난달 1일 기준 순자산액만 1조1703억원이 넘는다. 판매 잔액 기준으로는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 최대 규모다.

하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이 -6.04%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6.17%보다 못한 상황이다. 설정일 기준 1년 수익률도 -9.26%, 3년 수익률도 -2.91%다. “잃는 게 가장 싫다”던 이 부사장의 평소 지론과는 다른 모습이다. 다만 5년 전 펀드를 설정한 투자자만 45.41%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 약 21%보다 24%포인트 높았고 코스닥 지수 상승률 51.4%보다는 낮았다.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인Best연금’도 수익률이 좋지 않다. 이 펀드는 2001년 2월에 출시한 대표적인 연금 저축펀드다. 판매 잔액만 7694억원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번째로 높다. 인기와는 반대로 설정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은 -0.03%다. 3년과 5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각각 -9.68%, -10.31%로 수익률은 더 내려간다.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 펀드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 수익률은 더 처참하다. 이 펀드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자신의 장기 투자 철학을 한 데 담은 펀드로 지난해에는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판매량도 국내 펀드 전체에서 수위권이었다. 하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19%를 기록하고 있다. 설정일 1년 기준 수익률도 -18.38%로 지난해 가입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다. 존리 대표는 “단기적인 손실은 중요치 않다. 더 기다려달라”는 투자자 편지를 쓰기도했지만 9월에만 약 200억원이 이탈했다.

이 같이 판매 상위권 펀드들이 최근 힘을 쓰지 못하는 데는 소비재주 중심의 펀드 구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비재주는 지난해까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세계적인 수요 침체로 하락세를 맞았다. 음식료 업종 지수는 지난해 8월 6400대에서 9월 4200대로 33%떨어졌다. 이 외에도 섬유의복과 유통업종은 각각 -41%, -17%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는 경기연동 소비재 비중이 33.18%로 가장 많았다. 최근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금융 관련 대형주 비중은 적었다. 펀드 보유 상위 10개 종목 중에 반도체 검사 업체인 고영만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하나UBS인Best연금’ 역시 소비재 관련 주식 비중이 26.74%였고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는 54%를 넘었다.

한 증권사 펀드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소비재 중심으로 중소형주 상승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흐름이 바뀌어 IT와 금융 관련 대형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이들 펀드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하는 특징이 있다. 증시 흐름은 매번 바뀌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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