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HV 홀로서기 전략 발표…M&A·정부 규제 이슈엔 민감 반응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이사가 25일 상암동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민보름 기자

 

 

 

 

“IPTV 출범 후 유료 방송시장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인수합병 불허 후 3개월 동안 가입자가 순감에서 순증으로 복구됐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이사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미 2008년부터 한차례 CJ헬로비전을 이끌었던 변 대표는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이 무산된 후 구원투수로 재등판했다. 그는 이번 대표 선임 직전까지 CJ그룹 사회공헌추진단장을 맡는 등 그룹에서 신뢰하는 인물이다.

 

옛 직장에 돌아온 후 처음 언론과 접촉하는 변 대표는 CJ헬로비전이 기술이나 서비스 면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자립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CJ그룹에서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CJ헬로비전도 여기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OTT·미디어 커머스 등 자체 기술역량, 미국서도 교류 요청해

 

실제 이날 행사 내용은 CJ헬로비전이 개발했거나 출시가 임박한 기술과 서비스에 쏠려 있었다. 특히 이동통신사 결합상품 묶음에 속한 서비스들과 경쟁할만한 기술들이 눈에 띄었다.

 

CJ헬로비전은 디지털 셋톱 없이도 IPTV(인터넷 프로토콜TV)처럼 깨끗한 화질을 제공하는 8VSB 기술을 전체 권역에 제공하려 하고 있다.

 

기존 초고속 인터넷보다 최대 10배 빠른 1기가(Gbps)속도를 낸다는 기가인터넷은 CJ헬로비전이 국내 최초로 출시한 서비스이다. 다만 지역 사업자 특성상 이동통신사와 달리 자사 권역 내에서만 제공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망투자를 확대해 기가인터넷 속도를 높일 계획을 세웠다. 주택에서도 기가인터넷 활용이 가능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클라우도 플랫폼과 게이트웨이로 변신하는 전략도 소개됐다. CJ헬로비전은 이미 이동통신사들이 보편화한 클라우드 서버를 바탕으로 한 송신 방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면 사용자는 서비스가 발전될 때마다 새 셋톱박스를 살 필요가 없다. 따라서 케이블 연결만으로 향후 초고화질(UHD) 방송이나 가상현실(VR) 등 실감형 콘텐츠도 지원할 수 있다.

 

TV와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보던 콘텐츠를 다른 기기에서도 이어서 즐기게 해주는 티빙 스틱과 티빙 박스는 OTT 서비스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한다. 이미 3만대가 팔린 티빙 스틱은 통상 안방에서 보는 TV에서 티빙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존 TV의 보완재로 쓰인다.

 

티빙박스는 아예 지상파 OTT 앱 푹(pooq)이나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를 기기에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12월에 나올 예정이다.

 

가입자의 미디어 시청 패턴을 분석해 광고주가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시스템과 방송 콘텐츠 속 제품 정보나 판매 장소를 알리는 미디어커머스 서비스도 나온다.

 

이종한 기술실장은 미국 케이블 사업자들이 공동출자해 만든 케이블 렙스(Cable Labs)에서 CJ헬로비전에 요청해 우리 서비스를 보고 많은 관심을 가졌고 지속적인 기술 교류를 전자메일로 요청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이사(오른쪽부터 순서대로)와 이영국 전략기획담당 상무, 이종한 기술실장, 탁용석 사업협력담당 상무가 25일 상암동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민보름 기자

 

 

M&A 계획 사실상 부인...케이블 광역화에 반대의견

 

그러나 이날 관심은 정부규제와 케이블 인수합병 문제로 쏠렸다. CJ헬로비전이 다시 인수합병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이에 대해 “(인수합병 무산 이후) 세상이 우리에게 준 임무는 케이블 산업을 잘 키우라는 뜻이라고 받아들였다“1 더하기 13이 되는 세상을 위해 다른 케이블 사업자와 협력해 산업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케이블 업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으로 케이블 산업 발전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원 케이블(1 Cable)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 광역화에 대해서 고위관계자들은 우회적으로 반대의견을 밝혔다. 최근 정부에서 유료방송 발전방향을 마련하면서 케이블 광역화 논의가 나왔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 당시 가입자 전체가 아닌 방송 권역 별 점유율이 불허 기준이 됐기 때문에다. 업계에선 이 기준이 적절한 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탁용석 사업협력담당 상무는 이런 논의에 대해 매체 간 균형발전 보다는 가입자 시장을 두고 자유 경쟁을 하도록 한다는 방향성에 물고는 튼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정부가 얘기하는 형평의 규제는 체급 다른 선수는 같은 링에서 싸우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은 케이블과 통신사 간 가장 불공정한 결합상품이라면서 “27일 열리는 공청회를 통해 정부가 결합상품 경쟁 조건을 공정한 틀로 만들어 줄지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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