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선 NCC, 고유가에선 ECC 우세…산유국 감산 움직임으로 ECC 경쟁력 회복 가능성
최근 에틸렌 추출 방식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 쪽에서는 원유 증류를 통한 납사분해시설(NCC, Naphtha Cracking center)을, 또 다른 한쪽에서는 셰일가스를 통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분해시설(ECC, Ethane Cracking Center)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어떤 공정이 유리할지는 유가 변동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에틸렌은 석유화학 제품의 기본 재료다. 에틸렌 생산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원유를 증류해 생산한 납사(Naphtha)에서 에틸렌을 생산하는 방법과 셰일가스에서 에탄(Ethane)을 추출해 에틸렌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또 CTO(Coal to Olefin) 공정이라 불리는 석탄을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정도 있다. 그러나 CTO 공정의 경우 과도한 용수 사용,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오염 문제가 있어 상대적으로 환경규제가 덜한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에서만 가동되고 있다.
주로 사용되는 공정 방식인 NCC와 ECC를 비교해 보면, 생산 원가는 ECC가 NCC에 비해 저렴하다. 이에 국내 NCC 기반 업체들도 ECC 생산 설비에 투자를 늘리는 등 선제적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NCC 스프레드가 개선, NCC 공정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는 NCC 공정의 원료인 납사가 원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유가가 낮아질 수록 NCC 공정으로 인한 수익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NCC 공정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및 유럽의 비산유국에서 주로 운영하고 있는 방식이다.
반면 ECC는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이용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셰일가스는 고유가 상황에서는 원유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 따라서 이를 활용한 ECC 공정의 생산 원가도 NCC에 비해 저렴하다. 현재 ECC 공정은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은 셰일가스를 직접 수송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ECC 공정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됐다. 국내 업체들도 국내에 생산시설을 짓기보다는 외국에 있는 셰일가스 매장지에 직접 공장을 짓는 방식을 채택했다.
지난 2014년 고유가가 유지되던 시절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 ECC 공정 방식이 우세해 질 것이라 예측했다. 당시에는 배럴당 가격이 100달러에 육박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송비용 등을 감안해 배럴당 70달러 정도면 ECC가 NCC보다 훨씬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내다 봤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자, 다시금 NCC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기존 ECC 투자를 서둘러 진행했던 대다수 국내 업체들은 ECC 투자를 접고 다시 NCC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LG화학은 고유가 상황이었던 지난 2011년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화학업체 UCC 등 현지업체와 합작해 2017년부터 에틸렌 상업생산을 목표로 ECC 공장건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초 저유가를 이유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대신 NCC 집중을 택했다. 2019년까지 충청남도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NCC를 증설한다. 증설을 완료하면 대산공장 에틸렌 생산량은 기존 대비 23만톤 늘어난 127만톤이 된다.
한화케미칼도 지난 2013년 이라크 정부와 ECC 공장건설을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한 바 있었지만, LG화학과 마찬가지로 저유가 탓에 사실상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과 합작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ECC 공장을 짓고 있다. 2018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액시올 인수는 포기했지만 ECC 합작사업은 계속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ECC 에틸렌 생산능력 비중은 오는 2019년 2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가 추이에 따라, ECC공정과 NCC 공정의 명암이 갈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유가 시기에 확대됐던 NCC와 ECC의 원가 격차는 저유가 기조에 따라 축소된 상태다. NCC와 ECC의 에틸렌 생산원가 차이는 2014년 톤당 870달러에서 지난해에는 톤당 210달러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동의 감산합의로 원유와 납사가격이 오르면서 NCC 경쟁력은 떨어지고 ECC 경쟁력이 다시금 올라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월 톤당 347달러였던 납사가격은 지난 10월 440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앞으로 유가가 더 오를경우, NCC 생산원가도 덩달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도 NCC와 ECC에 골고루 투자해 향후 고유가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며 “셰일가스의 경우 보통 파이프를 통해 공급되는데, 한국은 북한때문에 육로가 막혀 있어, 원활한 원료 수급이 어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