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순회공연¨경희대 평화의 전당서 열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 e단조, Op. 64는 유엔(UN)의 날을 맞아 진행한 평화음악회에 꼭 맞았다. 우울한 운명을 암시하는 첫 번째 주제가 끝나면 비애는 사라지고 승리의 장엄함이 남아 곡 전반을 감싼다.
지휘를 맡은 앙트완 마르구이어 유엔오케스트라(United Nations Orchestra) 예술감독과 65명 오케스트라는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쉼 없이 40여분을 연주했다. 인간으로서의 고단한 삶을 넘어 존재의 깊숙한 부분을 체험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는 공연 설명이 그제야 와 닿았다.
24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유엔(UN)의 날을 기념해 유엔오케스트라 초청 평화음악회가 열렸다. 70주년을 맞은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이 하나를위한음악재단과 함께 음악을 통한 평화활동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했다.
이날 평화음악회에는 조인원 경희대학교 총장, 보니안 골모하마디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사무총장, 킬라파르티 라마크리슈나 유엔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대표 등이 참석했다.
임미정 하나를위한음악재단 이사장은 “2016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모든 것이 어렵고 혼란스럽게 보인다”며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유엔오케스트라 음악회는 분단의 상처를 알게 모르게 매일의 생활에서 겪어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치유의 음악회”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을 비롯해 총 4곡으로 진행됐다. 임미정 하나를위한음악재단 음악감독인 피아니스트의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가 사실상의 공연 시작을 그리고 최성환 작곡의 아리랑 교향곡이 대미를 장식했다.
국제노동기구, 세계보건기구 등 UN 및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65명의 유엔 오케스트라 단원의 노력은 눈에 보였다. 연주가 본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악이 두툼하게 흐름을 쌓아올리면 그 위에 금관이 튀지 않게 올라섰다.
특히 오케스트라를 통솔하는 지휘자 앙트완 마르구이어의 춤을 추는 듯한 지휘법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안겼는데, 아리랑 교향곡에 이르러 그의 움직임은 더욱 커졌다. 자신이 뻗을 수 있는 데까지 오른손과 왼손을 뻗고, 때에 따라 까치발을 서거나 동동 굴리는 모습이 열정적이면서도 음악과 조화로웠다.
유엔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유일한 한국인인 이정원 씨는 “북한 작곡가인 최성환 씨가 만든 곡을 가지고 분단의 아픔을 담아내고자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가 일정을 쪼개가며 2개월을 연습했다”면서 “앙트완의 그 같은 움직임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주해인 씨는 "평소 클래식 공연을 즐기던 차에 UN오케스트라에서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들어 궁금증이 생겼다"며 "비록 전문 연주가가 아닌 UN 직원들의 연주였지만 그들이 전하고자 한 평화, 희망의 선율, 그리고 아리랑을 통해 보여준 수용과 배려는 여느 전문 악단을 뛰어넘은 아름다움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오케스트라 '평화음악회' 총감독을 맡고 있는 이종현 유엔협회세계연맹 사무총장 특별보좌관 겸 대외협력조정관은 “음악이 주는 화합의 에너지를 믿고 행사를 진행했다”며 “음악을 통해서 UN의 가치와 비전을 널리 알리고 세계평화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 오케스트라는 26일 오후 5시 30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시민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장롱 속 악기를 꺼내드립니다’ 초청 공연, 27일 오후 7시 30분 부산금정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유엔 오케스트라 ‘평화음악회’ 피날레 공연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