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오른 유로6 모델 도입한 8월부터 판매 급감…“생계형 차 구매기준은 편의사양 아닌 내구성과 가격”
현대자동차 소형트럭 포터가 부진 늪에 빠졌다. 9월부터 새 환경기준인 유로6가 적용되며 차량 가격이 인상된 탓에 판매량이 7월 이후 절반으로 주저 앉았다. 포터에 각종 사양을 확대적용하며 소상공인 마음잡기에 나섰던 현대차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
하반기 내수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개별소비세 인하정책도 종료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이후 수요를 살릴 마땅한 변곡점도 없어, 현대차가 염원했던 연내 ‘포터 10만대 판매’도 요원해 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6일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킨 포터2를 출시했다. 유로6는 유럽연합(EU)이 도입한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단계다. 유로6는 유로5에 배출가스 기준이 엄격하다. 대표적 기준인 질소산화물(NOx)은 유로5 2g/㎾h에서 유로6 0.4g/㎾h로 허용치가 내려간다.
유로6 기준은 2015년부터 국내 디젤 신차에도 도입됐다. 버스와 덤프트럭 등 대형 상용차는 1월부터, 포터 같은 중소형 상용차와 승용차는 9월부터 적용됐다. 이에 포터 유로6 모델은 다른 승용모델보다 늦게 출시됐는데 이 과정에서 포터 ‘몸값’이 올랐다. 유로6 기준을 맞출 공해저감장치를 추가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8월 중순 이후 포터를 계약하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게 했다. 정확한 가격인상폭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자, 업계 일각에서 포터 가격인상이 판매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회의론이 일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우려를 기우(杞憂)라며 일축했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의사양을 대거 추가해 상품성을 높였다며 판매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격인상폭 역시 소비자들이 걱정할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로6가 하반기 포터판매 악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현대차 주장대로 유로6 포터모델의 가격인상폭은 크지 않았다. 8월 26일 공개된 유로6를 적용한 ‘2017 포터2’ 가격은 슈퍼캡 초장축 모델을 기준으로 트림에 따라 최대 90만원이 인상됐다. 일부 트림 가격은 오히려 5만원이 낮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인상이 불러온 여파가 현대차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반기 유로6 도입과 개소세 인하정책 종료 여파를 의식한 포터 예비수요층이 모두 상반기에 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으로 꼽혔던 포터다. 그러나 유로6가 도입된 8월 이후 판매량이 급감했다.
올해 포터 판매량은 ▲1월 8632대 ▲2월 7098대 ▲3월 1만214대 ▲4월 9155대 ▲5월 9597대 ▲6월 9993대 ▲7월 8276대로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유로6 기준 적용이 예고된 8월부터 판매량이 전월대비 절반으로 추락했다. 포터 판매량은 지난 8월 올해 최저인 4037대로 감소한 후, 지난달 4434대를 기록하며 ‘판매 절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터 주 수요층이 생계형 자영업자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이 포터를 구매하는 이유는 택배 차량과 이삿짐 운반 차량 등 소위 ‘짐차’로 운행하기 위함이다. 즉, 현대차가 추가한 고급 편의사양 등은 구매 동기요인이 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포터 구매를 희망하던 소비자 대부분이 단돈 몇 십 만원이라도 저렴한 상반기에 차량을 산 것이다.
지난 7월 유로5 포터2를 구매했다는 김용운(57·도매업)씨는 “2008년에 산 구형 포터 부식이 심해져 올해 꼭 포터를 신형으로 바꿔야 했다”며 “운행에는 지장이 없었기에 차량을 급히 구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8월 이후에 가격이 오른다는 말을 들었다. 고민하다가 7월에 부랴부랴 차를 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포터는 짐을 싣는 차다. 더운 날 에어컨이나 잘 나오고 라디오 정도만 설치돼 있으면 그만이다. 그 밖의 편의사양은 필요 없다”며 “우리 같은 자영업자가 배출가스규제나 디자인 변화에 신경이나 쓰겠나. 잔고장 없고 값이 싸면 우리에겐 최고의 차”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1t 트럭 시장에 포터를 대체할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만큼, 포터 판매가 내년 이후에는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당장 올해 하반기에는 판매하락을 막아낼 마땅한 부흥책이 없다. 현대차가 목표로 삼았던 포터 10만대 판매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로6 도입에 따른 가격인상은 불가피했다. 이로 인한 판매하락이 차량 자체의 문제는 아닌 만큼 언제든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 남은 기간에는 판매 절벽이 계속될 것이다. 포터를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 대부분이 상반기에 몰렸다. 포터 수요는 생계형 구매자들이라 가격 할인 외에는 프로모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