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부과·환불 불가 등 제한 많아… 공정위 시정명령 강제성 없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김수빈(26·가명)씨는 인터넷 특가 행사를 통해 태국행 비행기표를 알아봤다. 외국항공사보다 국내 항공사의 특가 항공권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김씨는 진에어의 알짜항공권 이벤트를 이용해 3개월 뒤 오전 11시 40분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김씨는 예약하고 사흘 뒤 출발일에 회사 회의가 잡혀 출발시간을 늦춰야 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비행기로 변경하려 했지만 김씨는 변경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김씨는 J항공사에 문의했지만 “특가 항공권 규정상 어쩔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결국 김씨는 수수료 5만원을 더 지불해야 했다.
여행 비수기를 맞아 저가항공사들이 항공권 가격 경쟁에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가 특가 항공권에 취소나 변경 수수료를 과도하게 매겨 소비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내년부터 항공 수수료에 대한 약관을 시정했지만 그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공정위가 올해 말까지 국내 7개 항공사에 권고 시정을 내렸지만 약관에 강제성이 없는 탓이다.
항공사와 여행사들은 기존 고객 이탈을 막고 안정적 여객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이벤트와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가항공사들은 항공권 프로모션을 통해 9만~15만원대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세금과 유류할증료 포함 최대 65%까지 할인한 금액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특가 항공권은) 항공권 판매가 목적인 항공사가 여행사와 맺은 일종의 계약이라고도 볼 수 있다” 며 “저렴한 항공권 프로모션은 항공사와 여행사가 서로 수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홍보 방법” 이라고 전했다.
특가 항공권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다만 한정된 공급량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프로모션의 원활한 운영이 쉽지 않다.
지난 4일 이스타 항공은 2017년 2월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국제선 할인 행사를 열었다. 오전 9시부터 이스타 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티켓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전날부터 이스타 항공 홈페이지 서버는 다운됐고 티켓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는 기간에 관계없이 요금별로 차등을 둔다. 가장 저렴한 특가 운임으로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취소 수수료는 7만원, 정상운임은 1만원 수수료를 내야한다. 특히 알짜항공권 같은 특가 상품의 경우는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높다.
특가 운임은 값이 싼 대신 이용 시간, 좌석 수, 수하물에 따라 요금이 추가된다. 저렴한 항공권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한 뒤 제한된 좌석만 푸는 편법도 생겨났다. 정상운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사려다가 오히려 불편한 비행을 하고 오는 경우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은 6월 2일 분기마다 항공여객 관련 소비자 피해가 해마다 약 30%씩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수수료 제약으로 항공권을 할인할 것인지, 아니면 수수료 제약을 없애고 다른 항목에서 비용을 절감할 것인지 선택하게 된다. 저렴한 항공권을 판매하기 위해서 수수료는 어쩔 수 없는 문제” 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국내 7개 항공사의 국제선 항공권 취소 수수료 약관을 점검해 취소 시기와 무관하게 일률적인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출발일 기준 91일 이전에는 취소 수수료 없이 취소가 가능해지고, 출발일 기준 90일 이내에 취소하는 경우 출발일에 가까울수록 취소 수수료가 증가하게 됐다.
공정위는 70% 이상 할인 운임, 즉 특가운임의 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가운임 수수료를 제한한다면 표를 싸게 살 수 있는 소비자 권리를 뺏을 수 있다”며 “연내 시정을 권고했으니 내년 1월부터 국내 항공사들이 자율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시정 명령만으로는 특가운임에 붙는 취소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명령에 강제성이 없는 탓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특가운임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구매 약관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헌모 착한여행사 담당자는 “항공권 살 때 약관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며 “무조건 일찍, 싸게 사지 말고 여행일정과 기회비용을 살펴본 뒤 항공권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