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향한 콘텐츠 기업들의 열망 드러내

주말 간 전 세계 M&A 시장을 뜨겁게 달군 소식은 AT&T가 860억달러(한화 98조원)를 들여 미국 3위 미디어그룹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발표한 일이다. / 사진=타임워너 홈페이지

 

주말에 전 세계 기업인수및 합병(M&A) 시장을 뜨겁게 달군 소식은 AT&T가 854억달러를 들여 미국 3위 미디어그룹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발표한 일이다. 인수가 현실화하면 통신과 미디어를 아우르는 글로벌 거대복합기업이 탄생할 전망이다.

이 소식은 최근 디즈니의 넷플릭스, 트위터 인수설과도 맞물린다. 20세기 세계 미디어 시장을 주름잡았던 콘텐츠 기업들이 21세기에는 플랫폼 확보를 향한 도정에 나선 모습이다.

AT&T는 22일(현지시간) 총 854억 달러(한화 약 97조4400억 원)에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양사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AT&T는 미국 2위 통신업체이자 케이블TV 공급업계 3위다. 타임워너는 할리우드 케이블방송 HBO와 투자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케이블 뉴스채널 CNN 등을 보유하고 있다. 통신과 TV플랫폼을 갖춘 업체와 콘텐츠 업체가 한 몸이 되는 셈이다. 이번 인수 발표가 미디어 산업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이번 거래가 디즈니의 넷플릭스, 트위터 인수설이 나온 직후 성사됐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국 블룸버그통신(Bloomberg) 등은 디즈니가 트위터 인수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디즈니를 둘러싼 M&A 보도는 또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3일에 디즈니가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 인수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화부문에 비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TV네트워크 부문에 활력을 넣기 위해서다.

디즈니는 영화사와 스포츠채널 등을 보유한 콘텐츠 기반 업체다. 디즈니의 인수설이 나돈 트위터와 넷플릭스는 플랫폼을 토대로 시장에 안착한 기업들이다. 다시 말해 콘텐츠 업체가 플랫폼 업체를 인수하려 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사례는 타임워너와 AT&T의 거래에 담긴 의미를 읽는 데도 시사점을 준다. 타임워너는 디즈니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기반 업체다. AT&T는 통신 등 플랫폼으로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다.

이번 인수거래가 AT&T의 ‘기업사냥’으로 볼 수도 있지만 타임워너의 ‘영리한 선택’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세계 콘텐츠 산업은 플랫폼 기반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콘텐츠 기반 업체들이 플랫폼에 올라타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더 작은 업체를 인수하는 전략을 썼고 타임워너는 더 큰 기업에 안기는 전략을 썼다는 게 유일한 차이점이다.

타임워너가 2014년 21세기폭스사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는 점은 이번 M&A의 목적을 이해할 중요한 단서다. 21세기폭스는 타임워너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기반 기업’이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타임워너의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는 단서는 또 있다. 타임워너 산하 워너브라더스는 OTT 드라마피버의 모기업이다. 2009년 한국계인 박석 씨와 백승 씨가 공동창업한 드라마피버는 한국드라마와 예능을 시청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미국 OTT다. 워너브라더스는 2014년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드라마피버를 올해 2월 인수했다. 이 역시 플랫폼으로 새 시장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전 세계 미디어산업계에서 불고 있는 M&A 열풍의 종착점은 결국 ‘모바일 플랫폼’ 확보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내 유력 방송사 관계자는 기자도 참여한 한 강의 자리에서 “현재 수출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궁극적 목적은 글로벌한 자기플랫폼을 갖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콘텐츠를 주된 상품으로 둔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어디서 찾으려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인 셈이다.

다만 AT&T와 타임워너의 거래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언론 일각에서는 독점 금지법으로 인해 이번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난타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 대선 후보들도 거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22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합의를 파기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의 대변인도 23일 “클린턴 후보는 규제 당국이 인수합병 협상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인수거래 성사를 위해 법무부와 미디어‧통신당국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변수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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