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카와 소형 SUV 시장 양쪽 모두 왕따 … 신차 효과에도 불구 9월 판매량 245대 불과

기아자동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울의 국내 판매량 확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8월 부분변경 쏘울을 내놓으며 기존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위치를 벗어나 소형 SUV 경쟁 합류를 선언했으나 의도와 달리 소비자 인식과 판매량은 변함이 없는 탓이다.

앞서 기아차는 부분변경 쏘울을 내놓으며 박스카로 상징되는 CUV 이미지를 버리기로 한 바 있다. 박스카가 가진 ‘작다’, ‘귀엽다’와 같은 이미지를 떨쳐내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SUV로서의 강점을 드러내 소비자 시선을 끌겠다는 것이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8월 22일 출시한 쏘울 부분변경 모델. / 사진 = 기아자동차

 


하지만 기아차의 이 같은 결정은 실패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쏘울은 지난 9월 신차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에서 24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판매량은 1686대에 불과해 기아차 승용차 모델 가운데 가장 적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출시 초기 기아차 쏘울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관심이 쏠렸던 쌍용차 소형 SUV 티볼리와 비교하면 기아차 쏘울의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쌍용차 티볼리는 출시 첫해인 2015년 4만5021대를 판매했으며 올해 들어 9월까지 2만7599대를 인도했다.

쏘울의 판매량은 올해 소형 SUV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GM 트랙스나 르노삼성 QM3 판매량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 GM 트랙스와 르노삼성 QM6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각각 870대, 1032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GM 신형 트랙스가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 5일 만에 사전계약 1000대를 넘어서면서 소형 SUV 시장이 되살아나는 분위기임에도 기아차 쏘울은 시장 확대의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구 소재 기아차 판매 대리점의 한 영업직원은 “최근 쏘울을 찾는 고객은 거의 없다”며 “그나마 쏘울이 가진 귀여운 이미지로 인해 쏘울을 살펴보는 여성 고객이 더러 있었는데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엔 문의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아차 부분변경 쏘울이 2세대 쏘울의 전철을 그대로 따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세대 쏘울은 소형 SUV 강세 속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박스카로 인식돼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본격 인도를 시작한 2014년 4373대, 2015년엔 3925대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아차는 쏘울 전기차 모델로 판매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쏘울 전기차는 국산 전기차 최초로 글로벌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작고 실용적인 박스카 디자인이 국내보단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며 "소형 SUV와 견줘도 공간 활용성이나 상품성이 전혀 뒤지지 않는 만큼 해당 타깃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아차 쏘울 전기차만큼은 국내에서 스테디셀러 개념으로 꾸준한 판매를 지속할 것”이라며 “국내 박스카 시장에서 현재 경쟁차종이 없는 만큼 소형 SUV로 돌아설 것이 아니라 박스카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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