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훼손 우려 있어 사내이사 선임 반대"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27일 삼성전자 임시주총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24일 발표한 보고서에 3쪽 걸쳐 "이재용 부회장이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지원성 거래의 수혜자라 (그가 등기이사에 선임되면) 기업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이에 사내이사 이재용 선임의 건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서스틴베스트 보고서 전문
회사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였다.
이재용 후보는 1999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의 수혜자로 지목된 바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전환사채의 발행 가격은 7700원이었는데, 그 당시 삼성에버랜드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1주당 가치는 10만364원, 특별검사제도 과정에서 평가한 가치는 22만3659원에 달하여, 지분의 편법 승계를 위해 지나치게 헐값으로 발행하였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후 전환사채 인수 권리를 지닌 그룹 계열사들(제일모직 등)이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이재용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이 해당 전환사채를 인수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이재용 후보는 그 당시 삼 성 그룹 지배의 핵심 계열사였던 삼성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낮은 비용으로 획득할 수 있었다.
그 이 후 저가 발행에 대하여 이건희 회장 등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이 있었으나, 배임 혐의가 인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6년 경제개혁연대는 제일모직 주주들을 모집하여 이건희 회장 등 제일모직 전·현직 임원을 상대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포기해 손해를 입었다며 137억여원의 손해배상을 하라 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2012년 2심 판결에서 이건희 회장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였고, 이건 희 회장 측에서 상고기간 마감일까지 상고하지 아니하여 사건이 종결되었다.
유사한 시기에 벌어졌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도 삼성에버랜드와 거의 동일 한 방식으로 이재용 등 자녀들에게 부당하게 지분을 승계한 사건이다.
1999년 삼성SDS는 행사가격 을 7150원으로 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였고, 삼성증권과 SK증권을 거쳐 이재용 등에게 매각되었다. 그 당시 공정위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 방법을 이용하여 주식가치를 14,536원으로 평가하여 신주인수권 매각을 부당한 지원행위로 판단하여 삼성SDS에 약 1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더불어 국세청도 2001년 적정 행사가격을 55,000원으로 보고 이재용 등에게 증여세 570억 원을 부과하였다. 이후 2009년 서울고등법원은 이건희 회장에게 저가 발행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하였다.
다만,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사건은 모두 17년 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서스틴베스트 가이드라인상 반대사유에 해당하지는 아니한다.
그러나 이재용 후보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의 수혜자라는 점에서 사내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삼성SDS는 위에서 언급한 바 와 같이 이재용 후보가 과거 부당 주식거래를 통해 지분을 획득한 계열사로서, SI(시스템 통합) 사업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특수관계자(계열사)와의 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2015년 기준 85% 이상(공정위 공시기준)에 달하여, 유사한 업태를 지닌 SK C&C(현 SK)와 LG CNS의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을 크게 상회한다. 특수관계자 거래를 기반으로 2000년 약 1.2조원의 매출액을 올리던 회사에서 2015년 약 7.9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하였다. 특히, 삼성SDS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과거 10년간 평균 약 35% 수준으로 삼성전자는 삼성SDS의 최대 매출처 이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삼성물산과 합병 전 급식사업 및 건물관리 공사 등의 매출을 통해 성장한 회사로 삼성에버랜드의 매출 중 계열회사에 대한 매출이 45%(합병 전 기준, 공정위 공시기준)를 초과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역시 삼성전자가 주요 매출처이다.
삼성SDS의 경우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20% 미만으로 2013년에 신설된 ‘일감몰아주기’ 규제(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3조의 2)의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는 아니하여, 법적, 행정적 처분을 받은 바는 없다. 삼성에버랜드도 규제 적용 전 특수관계자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급식사업부 를 물적분할함으로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모두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계열사 내에서 가장 높은 회사이며,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도 매우 높다는 점, 이로 인해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의 수혜를 입은 회사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일감몰아주기’는 수혜를 주는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이와 관련된 자는 서스틴베스트 가이드라인(6페이지 참고) 상 이사 선임의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특히, 삼성SDS의 삼성전자향 매출 의존도가 과거 10년간 평균 약 35%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서스틴베스트 가이드라인에 의거하여 이재용 후보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를 권고한다.
2015년 6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큰 논란이 되었다. 당시 삼성물산의 가치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합병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해당 합병으로 인해 이재용 후보가 얻은 수혜가 명확하지 아니하고, 이재용 후보가 해당 합병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만큼 가이드라인 상 명백한 반대사유로 볼 수는 없다. 다만, 향후 그룹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과 같이 일반 주주 의 이해에 반할 가능성이 있는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그 동안 삼성 그룹의 지배주주 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 상법 상 경영의 책임이 등기이사에게 있다는 점에서 이재용 후보가 사내이사 로 선임되는 것은 책임 경영 관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수많은 일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상장기업 이사의 역할이고, 이를 위해서는 윤리성이 매우 강하게 요구될 수 밖에 없 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재용 후보 기업가치 훼손의 이력이 있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고,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는 주주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선임을 반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