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위상 보여주는 회사채 인기도에서도 명암 갈려
OCI의 품을 떠난 SK머티리얼즈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갱신하는 한편 500억원 규모 회사채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면 OCI는 머티리얼즈 등 비태양광 사업을 매각한 후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지만 업황이 지지부진해 대조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산업용 특수가스업체 SK머티리얼즈는 3분기 매출 1237억원, 영업이익 40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에 이어 다시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SK머티리얼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넘게 증가한 2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SK머티리얼즈는 전방제품 수요 증가로 주력 제품인 삼불화질소(NF3)와 육불화텅스텐(WF3)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최근 게임용 PC와 고급 스마트폰 수요가 늘자 반도체 출하량이 함께 지속 증가했다.
SK머티리얼즈의 실적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반도체 시장 호황이 예상된다”며 “다음해 NF3와 WF3 증설로 인한 생산능력 확장은 회사 실적을 더 끌어올릴 전망”이라고 말한다.
회사채에 대한 높은 인기는 SK머티리얼즈의 현재 위상을 나타낸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첫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규모는 5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정식 발행 전 수요예측을 한 결과 모집물량의 4배에 달하는 2200억원이 몰렸다.
승승장구하는 SK머티리얼즈 상황에 쓴웃음을 짓고 있는 곳은 OCI다. OCI는 2월까지만 해도 SK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머티리얼즈 매각 당시 OCI 측은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머티리얼즈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더 큰 이유가 있었다고 말한다. OCI가 재무구조를 급하게 개선해야 했던 탓에 실적이 잘 나오는 회사를 팔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 중 구조조정 대상을 골라내는 신용위험평가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OCI에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지 못해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OCI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머티리얼즈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우현 OCI 사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머티리얼즈 매각은 아쉬웠다. 앞으로 돈 있어도 그런 가격에 못 산다”라고 말한 것이 이 같은 정황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잘 나가는 머티리얼즈와 달리 ‘전 주인’ OCI는 불안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상반기 태양광 발전소 매각과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듯 보였지만 이는 반짝 실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게다가 OCI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바닥임에도 해외 공장을 인수해 폴리실리콘 사업에 더 집중하고 있다. 폴리실리콘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전략이지만 업황에 따른 리스크는 더 커졌다.
OCI는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OCI SE(새만금발전소)를 매각한 자금으로 일본 폴리실리콘업체 도쿠야마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법인 지분을 100%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OCI 매출 중 폴리실리콘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3%에서 7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업황이 OCI에 우호적이지 않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상반기 ㎏당 17달러까지 올랐지만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13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메이저업체 간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며 당분간 제품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한다. 5월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중단기적으로 큰 폭의 영업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OCI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한 바 있다.
여기서도 회사채가 회사의 위상을 보여준다. 다만 OCI 회사채는 SK머티리얼즈와 반대 상황을 보였다. OCI는 지난해 8월 3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1000억원 발행 중 260억원 투자유치에 그쳤다. 3년 만에 발행한 회사채 흥행에 참패하자 OCI는 이후 회사채를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OCI는 이자보상배율이 낮은데다 주력 제품의 업황도 좋지 않다”며 “회사채 발행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OCI가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고 시장점유율을 지킨다면 추후 회사 실적은 급증하는 태양광 발전 수요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OCI가 도쿠야마 생산법인을 인수하면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규모 3위 자리를 굳건히 할 것”이라며 “과거 반도체 시장에도 많은 업체가 난립했지만 결국 살아남은 세 업체가 많은 수익 내고 있다. OCI도 그런 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