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금융지주 3분기까지 당기순익, 은행부문서 77% 나와
3대 금융지주회사의 은행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사는 비은행부문 실적이 나빠지면서 가계대출을 늘려 이익을 내고 있는 은행에 더욱 기대는 모습이다. 이에 은행 편중도가 높아지며 은행 실적 악화가 곧바로 지주사 경영 악화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한·KB·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3대 금융지주사가 발표한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92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47억(17.9%) 늘었다. 이 규모는 지난해 3개 금융지주사 전체 순이익(4조9750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이 중 은행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77.3%(3조9375억원)로 나타났다. 3대 은행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50억원 늘어났다. 그만큼 은행 의존도 현상도 커지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신한금융지주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은 2조1627억원이다. 지난해보다 10.2% 늘었다. KB금융지주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68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1% 급증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조2401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2012년 1분기 이래 최고 실적을 거뒀다.
은행 실적이 이번 금융지주 호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은행 실적이 나아질수록 지주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지주 당기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포인트 늘었다. KB금융지주 당기순익 중 은행 당기순이익 비중은 지난해보다 5%포인트 늘어나 72%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은행 비중이 71%를 기록했다. 외환은행과의 통합 이후 은행 중심이 강화되는 추세다.
은행 실적이 양호한 것은 저금리 상황에서도 가계대출을 늘려 이자수익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한·국민·하나 등 시중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400조원이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원 늘었다. 저금리 강세에도 주택거래 활성화로 가계여신이 늘어나면서 은행 이익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사가 비은행 부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은행 주담대 위주로 실적을 유지하려는 기조가 강하다"며 "증권사 등 계열사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은행 의존도가 더욱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신한카드 기여도는 27%에서 23%로, 신한금융투자도 8%에서 4%로 줄어들었다.
KB금융도 마찬가지다. 국민카드 3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9.3% 줄었다.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15%로 지난해보다 5%포인트 줄었다. 하나금융도 비은행부문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당분간 인수, 합병 등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은행 의존도 심화는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가계대출을 늘리는 등 예대마진을 중심으로 한 후진적 수익구조를 통해 이익 창출을 하고 있다"며 "금융지주사가 시중은행에 기대어 앞으로도 좋은 실적을 유지할지 의문이다. 비은행 부문 실적을 키워야 저금리 고착 환경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