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급여 최고…바이로메드, 근속 기간 길어

얼굴 구김, 유방 처짐, 간 피로, 삭은 관절. 생로병사 전반을 보필하는 약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제약업체 중 코스닥 상위 5곳을 대상으로 '약 파는 이들'의 종합 근무를 검진해봤습니다. 


"돈만 많이 주면, 분골쇄신하며 회사를 다니겠다!" 작심합니다. 높은 보수로 유명한 코스피 상위 5위 기업 모두 평균 근속연수가 10년 내외입니다. 그만큼 고액 급여는 직원들의 근속을 장려하는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코스닥 5대 제약회사 중, 1인 기준 가장 높은 급여(상반기 기준)를 받는 회사는 메디톡스(2300만 원)입니다. 셀트리온(2200만원)이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코미팜이 1800만 원으로 가장 낮은 급여를 기록했습니다.

상기 회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를 보겠습니다. 최고급여의 영예를 안은 메디톡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2.36년입니다. 장기 근로를 기준으로 했을 때, 5개사 중 4위입니다. 돈은 가장 많이 벌지만 오래 일하진 않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최장기 근속연수를 기록한 제약회사는 어디일까요? 평균 5.6년인 바이로메드입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바이로메드의 평균 급여입니다. 바이로메드의 6개월 평균 급여는 약 1900만 원으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메디톡스의 직원들은 돈을 가장 많이 받으나 근속연수는 짧고, 바이로메드의 직원들은 돈을 비교적 적게 받으나 근속연수는 깁니다.

회사는 직원과 함께 큽니다. 그럴까요? 우리 모두는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면, 직원 임금도 증가할 거라 믿습니다. 위 물이 불어나면 아랫물로 흐를 것이란 자연의 생리를 믿는 겁니다. 아버지가 성과급을 받은 달엔, 용돈에 만 원 한 장이 더 얹혔던 기억처럼요. 

 

제2검사실에선 이 '섭리'에 도전합니다. 회사가 돈을 벌면, 직원의 임금도 증가할까요? 영업이익 증가율과 임금 인상률을 엮어서 검진해 보겠습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대비 올해 반기 영업이익이 40.1% 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회사가 성장했네요. 회사와 함께 자라야 할 직원 보수는 14.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증가폭은 다르지만 '동반성장'의 미덕은 지켜졌습니다. 이 한 사례로 마냥 박수를 칠 수 있을까요? 

 

다음 예를 보겠습니다. 코미팜의 경우, 작년 대비 올해 반기 영업이익은 무려 323%나 증가했습니다. 50㎏이던 몸이 일년 새에 150​으로 불어난 모습입니다. 괄목할 성장이지요. 그렇다면 직원 급여에도 그만한 성장이 있었을까요? 불편한 예감은 항상 저의 편입니다. 코미팜의 직원임금은 작년 반기 대비 4.3%가 줄었습니다. 회사는 고기 먹고 몸을 불릴 때, 직원들은 눈 앞의 쌈채소나 찢어먹고 있던 겁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에겐 생명이 있으니, 희망을 가져봅시다. 셀트리온은 작년에 비해 올해 반기 영업이익이 14.7% 추락했습니다. 회사는 감량된 몸으로도 직원들을 보살핍니다. 셀트리온의 올해 직원 임금 상승률은 2.5%입니다. 

 

희망은 또 있습니다. 바이로메드는 작년 대비 영업이익이 65% 포인트나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직원임금은 3.6% 인상했습니다. 어머니를 위해 허벅지 살을 떼어 고기를 삼고, 손가락을 찢어 물을 삼았던 조선 후기 효자 이규익이 떠오릅니다. 과장이긴 합니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50%인 우리나라에서 가뭄의 콩 같은 기업이라 마음이 들썩였나봅니다.

검사 결과 보고합니다. 회사가 돈을 벌어도, 직원이 부자가 되는 건 회사의 마음따라 그때 그때 다른가 봅니다. 

 

코스닥 제약 톱5 직원 보수가 코스닥 100대 평균 대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메디톡스 건물. / 사진=메디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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