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출신 재직자들 SW 재교육 시급
#경제지 기자 장소영(26·가명)씨는 빅데이터 통계프로그램 R을 배울 수 있는 기관을 백방으로 알아봤다. 하지만 해당 통계프로그램을 가르쳐주는 사설 학원은 수업료가 8회에 150만원을 호가했다. 비싼 수업료에 등록을 망설이던 장씨는 한달 후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국비지원 교육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총 4회로, 회당 8시간을 교육하며 전액 무료였다. 장씨는 곧바로 국비지원 프로그램에 등록했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임에도 홍보가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수많은 장씨가 있다. 입체(3D) 프린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산업이 각광받는 가운데 인문계 출신 재직자들은 4차 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면 고용시장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IT) 업체에 재직중인 임지수(25 가명)씨는 “인문계 출신으로 IT업계에 취직해 근무한지 2년차다. 스스로 공부해야한다는 압박을 많이 느끼지만 사설 학원의 경우 수업료가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국비지원 컨소시엄 사업에 대해 들어봤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 몰랐다. 기회가 되면 꼭 배우고 싶다. 주변 인문계 출신 동료들 중에서도 코딩이나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재교육비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낮다. 이에 재교육을 원하는 재직자들은 사비를 들여 학원을 다니거나 교육을 포기하고 있다. 홍보가 안되는 주요한 원인은 정부 주도 일자리사업의 중첩적인 위탁구조다.
장씨가 등록한 교육 프로그램은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고 산업인력공단에 위탁됐다. 산업인력공단은 이를 다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위탁했다. 협회는 사설 학원에 교육을 4차 위탁했다. 교육 프로그램의 정식 사업명칭은 국가 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이하 컨소시엄 사업)이다. 이처럼 고용노동부는 개별 교육 프로그램을 3차, 4차 위탁해 운영한다.
개별 교육프로그램 홍보는 교육을 실제로 담당하는 사설 업체나 학원의 역량에 달려있다. 홍보비가 따로 편성되긴 하지만 사설 업체의 경우, 굳이 홍보에 열을 올릴 이유가 없다.
컨소시엄 사업의 올해 예산은 1116억원이다. 예산 각목 명세서를 살펴보면, 기관에 보내는 예산이 1100억원, 심사, 사업 성과평가, 홍보 등에 사용되는 운영비가 9억원 등이다. 운영비 중에서 홍보비는 3억으로 브로셔 제작, 신문광고, 동영상 제작 등에 활용된다. 이는 3000개에 이르는 컨소시엄 사업 전반을 소개하는 데 사용되는 홍보비다. 개별사업은 각 위탁업체가 홍보해야 한다.
장소영씨는 “언론산업은 넘쳐나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사에 주목하고 있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빅데이터 활용기술을 배워야 한다. 국비지원사업이 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 등록했을 것”이라며 “홍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홍보가 제대로 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산업인력공단에서 자체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긴하다. 하지만 개별 사업이 3000개에 이르기 때문에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공단 측이 나서서 홍보하기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내년부터는 공단 차원에서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개별 사업에 대한 책임있는 홍보는 여전히 부실한 상황이다.
한편, 18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대한민국 특별대담에 참여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도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지만 현재는 일자리 발생속도가 기술 발전속도를 못 따라잡는다. 앞으로 신산업부문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에 대비해 미리 평생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유연하게 일자리를 옮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