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거부행위 금지·대가 산정 기준 명시엔 의미...강제 조정안 빠져 효과 의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교착상태에 빠진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재송신 협상을 가속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일방적 협상 거부를 금지하고 양자가 합리적인 대가 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부처의 직접적인 조정 책임은 들어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의무 재송신 채널인 KBS1과 EBS1을 제외한 지상파 채널 프로그램 사용 대가로 지상파 방송사에 재송신료를 지급해왔다. 재송신 대가를 정하는 양자 간 협상은 지금까지 사업자 자율로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재송신료 협상이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중지되면서 유료방송에서 지상파 채널이 블랙아웃 위기에 빠졌다. 블랙아웃은 케이블(SO)이나 IPTV(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위성 방송 시청자가 지상파 채널을 볼 경우 검은 화면만 방송되는 현상을 뜻한다.
2011년부터 블랙아웃(Blackout) 사태는 총 7회 발생했다. 현재는 방통위가 방송유지 명령권을 동원해 재송신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방지하고 있다.
블랙아웃 재발생을 막기 위해 미래부와 방통위는 2015년 8월부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지상파 방송 협의체’를 구성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을 규제하고 미래부는 유료방송사업자를 소관으로 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제 4조 협상시기와 제 7조 정당한 사유 없는 협상 또는 계약 체결 거부에 따르면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는 재계약 신청 2주 이후 협상을 시작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협상 거부 행위를 할 수 없다.
특히 상대가 3회 이상 협상을 요청했을 때 이를 거부하거나 협상 대표자를 지명하지 않고 협상을 지연시킬 경우 계약체결 거부 행위가 된다. 협상 시 단일안만 제시하거나 과도한 계약 조건 또는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요구할 경우 등도 거부행위에 포함된다.
일방에게 과도한 계약 조건을 강제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제 2조는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추구 행위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제 5조, 제 8조는 각각 거래조건에 대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이면계약을 금지하는 한편 광고 수익, 시청률, 투자보수 비용 등 대가 산정 기준도 제시했다.
그러나 당초 지상파가 재송신료를 요구했던 8VSB 방송은 산정 기준에서 빠졌다. 케이블 방송에 8VSB 기술을 적용하면 별도 요금이나 셋톱박스 없이도 고객들은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케이블 업계와 지상파 간 논쟁은 계속 될 가능성이 크다.
예상대로 정부 부처가 직접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조항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13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송신료 협상에 대한 조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은권 의원(새누리당, 대전 중구)은 "지상파 3사가 동일 시기에 거래거부 행위를 하는 것은 법률상 문제 소지가 있다"며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 을)도 “시청권 보장을 위해 직권조정 및 방통위 강제 제정권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케이블TV방송협회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첫 삽을 뜬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협상에서 합리적인 대가 산정을 강제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리고 “규제기관이 강력한 조정력을 발휘하고 합리적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기구의 운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