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청 “이달 말까지 정세영 전 명예회장 묘 이전 안하면 벌금 500만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상수도보호구역에 선친 고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묘지를 불법으로 조성, 지자체의 권고를 받고도 이전하지 않고 있어 지역 주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20일 양평군청에 따르면 6개월 전인 지난 4월 정몽규 회장에게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세영 전 명예회장 묘소 이전을 명령했지만 정 회장 측은 아직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정 전 명예회장이 잠든 양평군 양수리 산 58번지 일대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수도법에 의해 장지 조성이 불가능하다. 서울 등 수도권 인구의 식수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단 1975년 이전부터 살아온 지역 주민에 한해 예외로 묘소 조성을 허용하고 있다. 정 전 명예회장은 지난 2005년 서울에서 타계했으며, 해당 토지주인 정몽규 회장 역시 등기부등본상 같은 해인 2005년까지 서울 성북동에 거주한 것으로 기록돼 예외 조항에 적용되지 않는다.
정 회장 경우처럼 원주민이 아닌 사람이 상수원보호구역에 장지를 조성하면 장지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과 함께 묘를 이장해야 한다. 행정관청의 이행명령 이후에도 이장하지 않으면 이전할 때까지 매 회 500만 원씩 1년에 두 번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된다. 단 관할군청에서 올해 상반기 이전명령을 내면서 공소시효가 지나 정 회장은 2000만원 벌금형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벌금은 묘지조성 5년 이내에 관할군청이 이전명령을 냈을 때에만 부과 가능해서다.
양평군청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지난 8월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찾아와 설명을 듣고 갔지만 입장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돌아간 뒤로는 연락이 없다”며 “이달 말까지 이장하지 않으면 정몽규 회장에게 강제이행금 500만 원을 부과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군청 측에서 벌금 500만원 부과 이외엔 별다른 행정력을 동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정 회장이 연 1000만 원만 납부하면 불법이지만 앞으로도 장지 유지가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현행법상 연 1000만 원 과태료만 부과하면 이전하지 않고 정 회장이 장지를 불법으로 계속 유지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장지 이전 여부는 회장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으로, 1967년 현대자동차를 설립하고 사장을 맡았다. 이후 1974년 국내 최초의 국산 모델 자동차인 포니를 생산하고 해외에 수출하며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끈 개척자로 평가받아 왔다. 현대그룹 회장 겸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낸 뒤 자동차업계를 떠났다. 2001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으로 있다가 2005년 숙환으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