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이익 두자릿수 감소…신사업 실적 개선 더딘데다 기초소재사업도 내리막

18일 LG화학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540억원, 영업이익 46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줄었다. 사진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 사진=뉴스1

 

LG화학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기초소재부문에서는 양호한 실적을 올렸지만 회사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에너지와 바이오부문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다음해 LG화학 ‘캐시카우’인 기초소재부문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LG화학 중장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8일 LG화학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540억원, 영업이익 46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줄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24.7% 줄었으며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15.6% 쪼그라들었다.

원인은 기초소재부문을 제외한 비석유화학부문 적자다. 정보전자소재부문은 영업적자 16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전환했다. 전지부문에서도 영업적자 14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로 돌아섰다. 두 부문 모두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LG화학의 중장기적 전략은 기초소재의 안정적인 실적에서 창출하는 자금으로 에너지·​바이오·​물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이다. 즉 기초소재사업을 캐시카우로 삼아 신성장동력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시키는 전략이다. 


실제 사업별 매출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LG화학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전체 매출 중 기초소재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75.6%에서 올해 3분기 69%로 떨어졌다. 반면 전지사업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12.6%에서 17.3%까지 올랐다. 각 사업의 자산비중도 이와 비슷하게 변했다. 기초소재사업 자산비중은 2014년 49.1%에서 올해 상반기 41.9%로 떨어졌다. 반면 전기사업 자산비중은 같은 기간 18.6%에서 21.3%로 늘었다.

향후 사업부문별 비중 변화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올해 들어 LG화학이 신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번 달 폴란드에 배터리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공장 설립까지 총 4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GS이엠 익산 양극재 공장을 약 600억원에 인수했다. 앞선 4월에는 4245억원을 들여 그린바이오업체인 팜한농을 인수했다. 이어 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지난달에는 계열사이자 레드바이오업체인 LG생명과학을 인수합병했다. 인수합병 금액은 1조4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포트폴리오 확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이는 중국의 기초소재사업 잠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포트폴리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전 LG화학 실적에는 우려를 표한다.

LG화학의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기초소재사업의 견조한 실적이다. 올해 LG화학 기초소재부문은 업황 호조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51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6.8%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분기를 기점으로 LG화학 기초소재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18일 컨퍼런스콜에서 LG화학 측도 “다음해에는 올해와 비교해 역내 정기보수 양이 줄어 제품 마진이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더 큰 외부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다음해부터 북미 에탄분해설비(ECC)에서 생산하는 기초소재 제품이 국내로 본격적으로 넘어온다. 북미 지역에서 공급과잉 기초소재가 저렴하게 넘어오면 국내 제품 마진은 급감할 것이다. 심할 경우 화학사 기소소재 실적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 신성장사업 중 단연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사업인 전지사업부 실적 개선에 이목이 쏠리지만, 이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LG화학은 다음해 자동차 배터리 매출이 30~60%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올해 GM 볼트(Bolt)를 기점으로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17개 모델이 다음해까지 시장에 쏟아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영업이익률이 너무 낮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독점에 가까운 시장에서 폭등하고 있다. 반면 완성차 업체는 해마다 20~30%에 가까운 배터리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배터리 업체 간 가격경쟁도 치열하다”라고 그 원인에 대해 설명한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일본 파나소닉 전기차 배터리사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2~4% 수준이다.

게다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저가 수주도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는다. 배터리 및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GM에 납품한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h당 2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가격이 350달러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는 턱없이 낮은 수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은 GM과 계약한 금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른 완성차업체와도 계약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해 배터리 매출 증대와 무관하게 영업이익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사업을 제외한 바이오·물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적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3분기 팜한농은 영업적자 194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은 팜한농 적자가 1~2분기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바이오사업은 대표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신약 후보물질이 시판 허가를 받기까지의 성공률은 9.6%에 불과하다. 2014년 2100억원에 수처리업체 나노H2O를 인수한 후 시작한 물 산업도 당장 영업이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은 기본적으로 재무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확장 과정에서 중대한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