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남기고 350명 12월초 정리키로 …근로자들 “퇴직위로금이라도 달라”

19일 한진해운 육상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육상직원 350여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사진=뉴스1

 

반전은 없었다. 법정관리 사태 50일을 맞은 한진해운이 육상직원의 절반 이상을 정리해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법정관리 여파로 영업망이 붕괴됐고 해운동맹에서도 낙오되자, 한진해운이 당장 인건비라도 줄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해고 위기에 놓인 직원들은 “당장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퇴직금이라도 받게 해달라”며 희망퇴직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한진해운은 비용절감 극대화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한진해운 육상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전날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현재 매각을 추진하는 미주·아시아 노선 관련 인력 300명만 남기고 나머지 350여명은 정리해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300명은 근무평가, 상벌 등 기준에 따라 사측이 선정할 예정이다. 사측은 11월 초 정리해고를 예고한 다음 12월 초 근로관계를 종료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의 대량 해고사태는 이미 예고돼 왔다. 해운업 특성상 법정관리는 곧 영업망 붕괴를 의미한다. 해운동맹 퇴출도 불가피해 사실상 해운사로의 업무기능이 마비되게 된다. 당장 회사가 회생기로에 놓이게 되면 인건비 축소가 불가피해 진다.

지난해 기준 한진해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육상 남자직원의 1인 평균 연간급여액은 6400만원, 여자직원의 1인 평균 연간급여액은 5000만원이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한진해운으로서는, 최소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육상직은 구조조정 대상에 둘 수밖에 없다.

노조는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에는 공감했다. 다만 인수합병(M&A)이 이뤄지기도 전에 조정 절차에 돌입한 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노조 측은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애써온 직원들에게 M&A는 또 다른 기회이자 희망인데 그전에 정리해고부터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향후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력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것이어서 회사에도 이로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육상직 직원들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희망퇴직 방식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희망퇴직 방식일 경우 일정액의 위로금이 지급되지만 정리해고되면 위로금이 따로 없다.

한진해운은 2009년 13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2013년에는 40세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후 자금난 악화가 심각해 희망퇴직 방식은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12월 정리해고가 현실이 될 경우, 잘려 나간 육상직 직원들은 당장 생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2년 전 한진해운 하반기 공채로 입사한 박환영(가명)씨는 “회사가 어렵다고 알고 입사했지만 해운업 전반의 위기라고 느꼈다. 회사 임원들도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면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며 “자구안 제출 전까지도 ‘설마 법정관리까지 가겠어’란 생각했는데 이렇게 됐다. 당장 결혼준비부터 막막해졌다. 다른 직종으로의 이직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노사는 인력조정 문제와 관련해 오는 20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한 차례 더 면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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