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등 거액 배상 물 위기…오라클에 대한 공정위 무혐의 처분후 더 기승

한전은 ERP(기업관리 전산시스템) 부문 선두주자인 SAP로부터 소프트웨어 계약을 초과해 사용했다며 거액 배상을 요구받았다. 사진은 한전 나주 사옥 전경. / 사진=뉴스1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에 대한 감사(audit)에 착수하고 계약사항을 초과한 부분이 있는지, 그야말로 이 잡듯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상당수 대기업 및 공기업, 나아가 정부기관이 거액의 돈을 배상해야할 판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SAP를 비롯한 상당수 외국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고객 기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고 배상을 요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선 마이크로소프트, SAP, 오라클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이들 소프트웨어를 싹 걷어내면 상당수 대기업 업무에 당장 차질이 생길 정도다.

 

문제는 막상 고객사는 자신이 초과사용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아이디로 회사의 여러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행위도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 현재 대한민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윈도우, 엑셀프로그램, 한글 등 워드 프로그램을 모두 돈을 내고 사용하는지 샅샅이 살펴보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표적인 것이 ERP(기업관리 전산시스템) 부문 선두주자인 SAP가 한전‧한전kdn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분쟁이다. 업계에 따르면 SAP는 한전에 계약내용 이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며 수백 억 원 규모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AP는 이미 LG유플러스,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에게도 이와 같이 감사를 벌여 거액을 받아냈다고 한다.

이 같은 감사는 원래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더 거세진 것은 지난 4월 오라클이 공정위로부터 ‘끼어팔기’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후 부터다. 오라클은 고객사에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를 팔고 동시에 유지보수 계약을 맺으며 다음 버전 제품구매를 유도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누려왔다는 비판을 받은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업계 고위 관계자는 “오라클이 공정위로부터 혐의 없다는 결정을 받은 후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자신감을 얻어 전 방위적으로 저작권 침해 조사에 나서고 있다”며 “관련 배상 액수가 수십 억 원에서 많게는 수 백 억 원까지 이르는 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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